배출가스를 조작했다는 디젤게이트에도 불구하고 폭스바겐이 유독 한국에서 잘 팔린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는 일종의 착시효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한국은 환경문제에 민감한 미국·일본·유럽과 비교해도 판매율 감소폭이 더 컸다. 한국에 진출해 12년 동안 사업을 벌인 폭스바겐이 무성의·무책임으로 일관하자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통계를 살펴보면 올해 들어 1∼5월 폭스바겐 브랜드의 국내 판매량은 1만629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7%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5000대 판매량에 육박했다가 올해는 1만대 초반으로 주저앉은 것이다.
반면 미국은 지난 1∼5월 폭스바겐 판매기록이 -13.1%, 일본은 -17.7%로 우리보다 감소폭이 작았다. 유럽은 판매량이 오히려 늘어 지난해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그 결과 점유율이 다소 줄기는 했지만 폭스바겐은 단일 브랜드로도 유럽연합(EU) 내 점유율 11.2%를 차지하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배출가스 조작 발표 이후 폭스바겐이 국내에서 전년 대비 판매량이 증가한 월은 세 차례에 불과하다. EPA 발표가 9월 18일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난해 9월을 제외한다면 두 차례다.
디젤게이트 논란이 일자 지난해 9월 2901대였던 폭스바겐의 판매량은 다음달 947대로 급감했다. 이에 폭스바겐은 전 차종 무이자 할부에 최대 1800만원 할인을 내걸었고, 11월 4517대로 국내 시장 진출 이후 최대 판매량을 올렸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65.6%나 판매량이 급증했다. 올해 3월에도 대대적인 할인 프로모션으로 전체 판매량이 12.2% 확대됐다. 이에 대해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8개월 동안 두 번 판매량이 전년보다 많았다고 ‘한국 소비자들이 누워서 침을 뱉는다’는 식으로 비판한다면 비약이 심한 것”이라며 “지난해 11월은 당시만 해도 폭스바겐에 대한 신뢰가 남아 있던 시기”라고 말했다.
지난달 폭스바겐 판매량이 회복세를 보인 듯한 지표도 논란이다. 올해 4월 784대까지 추락했던 판매실적이 5월에는 2326대까지 올랐다. 그러나 속사정을 보면 4월에는 폭스바겐이 자체적으로 물량확보에 실패해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이에 5월 밀린 물량까지 수급되면서 상대적으로 판매량이 폭증했다. 5월 판매량도 전년과 비교하면 7.8% 감소한 실적이다. 4∼5월을 합쳐서 놓고 보면 총 판매량은 39.4%나 줄었다.
게다가 ‘내부 판매’를 제외하고 나면 폭스바겐의 최근 한국 판매실적은 더욱 줄어든다. 폭스바겐은 국내 판매사가 지급받던 보조금을 차량 구매에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내부 직원에게 36개월 할부를 제공하면서 일부 기간 할부금을 회사가 지원했다. 내부 판매로 지난달 등록된 차량은 800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도 판매에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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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기획] 오만한 폭스바겐, 소비자가 등 돌린다… ‘국내 판매 호조’는 착시, 올 1∼5월 판매 25.7% 급감
입력 2016-06-22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