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車에 태워 빠뜨려… ‘수중 사체 사망 시점’ 비밀 푼다

입력 2016-06-21 18:47 수정 2016-06-21 21:36
전북경찰청 과학수사대가 21일 김제시 백구면 한 호수에서 ‘수중 변사사체 부패’ 등을 알아보는 실험을 위해 돼지를 차량에 싣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실험용 돼지를 태운 차를 물속으로 잠수시키고 있는 모습. 전북경찰청 제공

국내에서 처음으로 죽은 돼지에 붙은 생물의 생장 정도로 사망 시점을 추적하는 수중 실험이 펼쳐졌다.

전북지방경찰청과 해경연구센터, 순천향대는 21일 김제시 백구면 한 담수호에서 ‘수중 사체 및 증거물의 입수시점 추정 연구실험’을 시작했다.

이들 연구진은 이날 안락사 시킨 30㎏ 돼지 1마리에 옷을 입힌 뒤 승용차에 태워 수심 5m 아래에 잠기게 했다. 연구진은 또 실험대에 고정된 돼지 3마리를 같은 수심에 넣었다. 이들은 앞으로 2개월간 사체에 생물이 착생하는 시간과 부패 과정을 CCTV로 촬영할 예정이다.

이번 실험에는 경찰과 법의학자, 국방부, 한국수중과학회 관계자 등 80명이 참여한다. 수중 생물과 곤충이 사체에 착생하는 시간을 측정해 사망시간을 추정하는 내용이 중심이다.

연구진은 돼지 4마리에 붙은 착생 생물이나 곤충의 성장 정도를 분석해 시체나 증거물의 입수 시점을 밝혀낼 계획이다. 또 차에 넣은 돼지와 바로 물에 닿은 돼지가 부패하는 속도, 생물이 착생하는 시간도 비교 실험한다. 이번 실험은 전북경찰청의 법곤충·수중실험 역량과 해경연구센터의 수중생물 연구역량, 순천향대의 차세대 유전자분석기술(NGS)을 접목한 공동연구라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경찰은 채취한 착생생물 DNA를 채취하고, 이를 순천향대 차세대 유전자분석기술로 착생 생물의 생장 패턴을 분석한다. 실험을 마친 뒤 8월에는 해양경비안전본부 전용부두에서 같은 조건으로 해수 실험도 이어갈 예정이다. 실험결과는 학술지 논문을 통해 공개된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실험을 마치면 변사사건 발생 시간을 정확히 추정할 수 있는 최신 과학수사의 기틀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관계기관과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경찰 검시의학적 역량을 끌어 올리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동물보호와 실험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돼지를 실험에 사용했다.

전주=김용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