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와 헨델의 선율을 만나다, 독일 라이프치히·할레

입력 2016-06-22 19:05
독일 작센주 라이프치히는 예술의 도시다. 괴테와 바흐의 활동 무대를 직접 보려는 세계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괴테의 단골 레스토랑 아우어바흐 켈러의 내부 모습. 괴테의 작품 ‘파우스트’의 배경이 된 곳이다.
라이프치히의 성토마스 교회 앞에 있는 바흐 동상.
독일 작센주 라이프치히와 그 인근은 독일이 낳은 저명한 음악가를 만나러 가는 여정이다. 여행자는 별로 노력하지 않아도 거리 곳곳에서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발이 닿는 교회는 수시로 공연장으로 변신하고, 이름 모를 거리 악사는 감미로운 선율을 뽑아낸다. 우리가 서 있는 곳이 바흐와 헨델이 활동한 음악의 도시라는 것을 증명하듯 말이다.

라이프치히는 작센주의 가장 큰 도시다. ‘바흐 교회’라고 불러도 무방한 성토마스 교회가 이곳에 있다. 교회 앞에는 바흐의 동상이 서 있다. 성토마스 교회 맞은편에는 바흐 박물관도 있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는 이 교회에서 20년이 넘게 활동했다. 합창단을 위한 곡도 많이 만들었다.

독일의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가 종신 서원을 한 곳이기도 한 성토마스 교회에서는 5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예배를 드리고, 클래식 공연을 한다. 특히 매주 금요일마다 모테트(성악곡)와 오르간 공연이 펼쳐진다.

클래식 음악이라고 하면 정식으로 옷을 차려입고 호사를 즐기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라이프치히에서의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방식은 많이 달라 보였다. 연습 시간에도 교회 문을 열어두기 때문에 연주하고 노래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1880년대 만들어진 오르간 연주와 성가대의 목소리는 정식 공연이 아니어도 충분히 환상적이다. 교회 의자에 앉아 꽤 오랫동안 무료 공연을 감상하는 관광객들도 많다.

우리 돈으로 3000원도 안 되는 2유로(약 2600원)만 내면 정식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다만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적어도 1시간 전부터 줄을 서야 한다. 매주 금요일마다 성토마스 교회 밖에는 관람을 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로 금세 북적인다. 복장은 제각각이고, 연령대도 다르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똑같아 보였다. 교회 밖에서는 공연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연주를 해주는 거리의 악사도 자주 등장한다.

성토마스 교회의 중앙 제단 근처 바닥에는 바흐의 추모석이 놓여 있다. 표식 아래는 바흐 유해가 안장돼 있다.

한 한국인 관광객은 “바흐가 잠들어 있는 교회에서 그가 작곡한 곡을 듣는 기분을 어떻게 말로 다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감격했다.

성토마스 교회만큼이나 라이프치히에서 유명한 니콜라이 교회도 한 번쯤 들러보면 좋다. 1980년 공산주의 정권에 대항해 월요일마다 이곳에서 열렸던 월요기도회가 독일의 평화 통일을 이끌어냈다. 바흐는 이곳에서도 활동했다. 19세기 바흐의 오르간곡이 연주됐고, 통일을 위한 찬양이 끊이지 않았던 이 교회에서는 여전히 연주회와 기도회가 열린다.

라이프치히에는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노천카페가 많다. 두 교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바흐, 슈만과 멘델스존 등 음악가뿐만 아니라 문학가 괴테까지 자주 찾아 커피를 즐겼다는 커피숍 카페바움이 있다.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커피숍이기도 하다. 내부에는 칸타타 악보와 커피 관련 전시품도 볼 수 있다.

커피 한 잔에 4000∼5000원 정도다. 독일 물가와 관광지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별로 비싸지 않게 느껴지니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갖는 것도 좋은 추억거리가 될 수 있겠다. 그러나 독일의 이런 오래된 커피숍에서는 아이스커피를 팔지 않는다. 차가운 것을 부탁해도 미지근한 커피가 나온다. 무더위에 차가운 커피가 생각난다면 대형 체인 커피숍에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라이프치히에는 거리 음식도 발달해 있다. 독일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음식인 ‘부르스트(소시지)’도 거리 매장에서 어렵지 않게 살 수 있고, 자유롭게 서서 먹을 수 있다.

고풍스러운 느낌의 건물에 현대식 쇼핑센터도 라이프치히의 구경거리다. 괴테 ‘파우스트’의 무대였던 식당 아우어바흐켈러도 한 쇼핑센터 지하에 있다. 법학도 괴테의 단골집이었던 이곳에는 파우스트의 흔적을 찾는 재미가 있다. 음식은 고급이지만 비교적 저렴하다. 매일 바뀌는 ‘오늘의 메뉴’가 15유로, 2만원 정도다.

라이프치히 인근 작센안할트주의 할레는 ‘음악의 어머니’ 헨델의 고향이다. 호텔 안내인이 로비에서 헨델의 복장으로 손님을 맞이할 정도로 작은 마을 할레의 헨델 사랑은 남다르다.

헨델의 동상이 있는 마르크트 광장은 독일에서도 몇 손가락에 꼽을 만큼 아름다운 광장이다. 광장 뒤편으로는 높은 탑과 교회가 인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광장에서는 전통 시장도 열린다. 소시지와 채소, 치즈, 꽃을 파는 현지 상인을 만날 수 있고, 이런 것들을 사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다. 전기로 가는 노면전차와 자동차가 서로 어울려 지나가는 광경도 가까이 볼 수 있다.

광장 인근에는 헨델이 오르간 연주자로 활동한 마르크트 교회도 있다. 헨델 시대의 오르간과 마틴 루터의 시신의 얼굴과 손을 본뜬 조형물을 볼 수 있어 한 번쯤 가 볼 만하다.

할레에 있는 헨델 하우스도 음악 애호가를 위한 필수 방문 코스다. 헨델이 태어난 생가인데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헨델에 쓴 악보와 연주한 악기 등이 전시돼 있다.

라이프치히·할레(독일)=글·사진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