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섬의 광풍 속에서/ 벌어진 역사/ 순간 속의 영혼을 붙잡는다/ 산산이 부서지는 하얀 파도가/ 한 알의 모래 속에서/ 비극으로 점철된/ 세계를 보며/ 어제라는 술래 위에/오늘의 한원(恨怨)을 흘려보낸다/ 소외된 별/ 가슴 아픈 역사 속에서/ 파란 천국을 본다.”(‘소록도의 별’)
국립소록도병원 원장이었던 조창원씨의 시집 ‘소록도, 눈물의 노래’ 가운데 한 편이다. 조씨는 1960년대와 70년대 두 차례에 걸쳐 7년간 소록도병원장으로 재직하면서 한센인들과 동고동락했다. 시집은 소록도 비극의 역사를 돌아보기 위해 그가 팔순을 맞은 2005년에 발간한 작품이다. 그는 소록도 한센인들의 애환을 그린 이청준 소설 ‘당신들의 천국’의 실제 주인공이다.
조선총독부가 전남 고흥반도 작은 섬 소록도에 한센인 의료시설인 자혜의원을 세운 게 1916년 2월이다. 공식 개원일은 5월 17일. 이게 소록도병원의 전신이다. 올해 개원 100주년을 맞아 지난달 17일 기념행사도 치러졌다. 과거의 아픈 상처를 치유해 달라는 소망과 함께.
엊그제는 이곳 병원에서 100년 만에 특별한 재판이 열렸다. 낙태·단종(정관절제) 수술을 받은 한센인 139명의 국가 상대 소송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판사들이 찾아와 한센인의 아픔과 마주했다. 마취도 하지 않은 낙태 수술 등 피해자들의 증언을 청취하고 감금실 등 인권유린 현장에 대한 검증을 실시했던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시작된 낙태·단종 수술은 광복 이후에도 계속됐다. 한센병이 유전질환이라는 편견 때문. 소송은 2011년부터 5건이 제기됐다. 쟁점은 수술 강제성 여부다. 하급심에선 1인당 3000만∼4000만원의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정부는 일제강점기 이후엔 강제성이 없었다며 상소를 ‘꿋꿋이’ 이어가고 있다. 일본 정부도 보상을 마무리했는데 우리 정부는 왜 책임을 통감하지 못할까. 한센인들을 품에 안아야 할 정부가 그들의 사무친 한을 풀어주지 못하고 있으니 이를 어찌할꼬.
박정태 논설위원
[한마당-박정태] 소록도 특별재판
입력 2016-06-21 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