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아서 루이스는 농촌에서 실업 상태나 다름없는 잉여노동력이 도시로 와서 일하게 되면 그만큼 생산이 늘어나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다고 역설한 바 있다. 그의 주장을 입증이라도 하듯 우리나라는 도시화와 경제성장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세계가 놀라워하고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부러워하는 성공 사례 국가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형태의 경제성장은 지속되지 않는 데 있다. 루이스는 도시로 일하러 올 잉여노동력이 없어지고, 임금은 상승하며, 성장률은 낮아지게 되는 시점에 이르게 된다고 했는데 이를 루이스의 전환점이라고 한다. 특히 루이스는 이 시점에도 저임금 노동력에만 의존하는 국가는 후퇴의 길을 걷게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말 이미 루이스의 전환점을 겪었고, 중국은 2010년 그 전환점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런데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새삼 루이스의 전환점이 다시 실감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저임금 노동력에 대한 의존성이 다시 높아진 현실, 산업의 라이프 사이클에 순응한 새로운 산업의 발굴 및 지원 부재, 미숙한 구조조정 등으로 그 전환점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급인력들이 고용시장에서 비정규직이나 임시직 등으로, 혹은 취업난에 따른 하향 지원으로 저임금 노동자로 전락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저임금에 대한 의존성은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국가경제를 견인하는 조선, 철강, 자동차 산업이 선후진국 사이에 끼어 샌드위치 상태로 위협받고 있다. 또 수출의 70% 이상을 개도국에 의존하는 개도국 의존형 수출경제, 여기에다 머잖아 인구절벽과 소비절벽이 예상되는 현실은 우리 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4대강 사업, 집값 상승을 통한 경제성장, 제2의 중동붐 조성 등 건설업에 의존한 경제정책이 도처에서 발견된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는 건설 부문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산업구조가 안정된 미국 영국 일본 호주 캐나다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훨씬 높다. 문제는 건설업 의존형 경제정책은 이미 그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다. 선진국들의 경험에 의하면 건설업의 국가경제성장 기여도가 거의 없거나 마이너스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4대강 사업에 투입된 막대한 재원을 새로운 산업 육성에 투자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공공 부문의 개혁도 진정성을 갖고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할 과제다. 혁신을 강조하고 공기업의 구조조정을 발표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낙하산 인사가 계속된다면 그 진정성을 믿어주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구조조정의 목표 내지 비전이 공유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길을 가기보다는 당장의 문제해결에 매달리게 된다. 예컨대 조선업이 위기라면 한때 세계의 조선업을 주도하다가 경쟁력을 상실했던 국가 혹은 도시는 어떤 전략으로 구조조정을 통해 부활했는지 그 노하우를 얻음으로써 국가산업구조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 소득수준, 노동력의 질적 수준 등은 성장 위주의 시대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또한 과거 우리 경제를 먹여 살렸던 산업이 해당 산업의 라이프 사이클에 의해 성숙기를 지나 위험 산업으로 하향하고 있으면 그 자리를 대신할 새로운 산업이 성장기에 진입해야 우리 경제를 계속 먹여 살릴 수 있다. 이것이 루이스 전환점의 교훈이다.
김재익 계명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경제시평-김재익] 루이스 전환점의 교훈
입력 2016-06-21 1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