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와 굿네이버스는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기획 시리즈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듭니다’를 두 차례 보도합니다. 이 기획을 통해 아동학대 실태를 소개하고 피해아동 보호를 위해 힘쓰는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목소리를 담아낼 것입니다. 나아가 전문적인 학대아동 보호체계 구축의 필요성까지 제시하려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1 2014년 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다급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어린 두 자매가 친부에 의해 학대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현장조사 결과 이들은 5년 전부터 친부로부터 심한 신체적 학대를 받고 있었다. 친부는 자매에게 폭력을 휘둘러 부상을 입힌 뒤에도 자신의 잘못이 드러날까 봐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친모가 같이 살고 있었지만 남편의 가혹행위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즉각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친부는 구속됐다. 두 자매는 현재 친모와 거주 중이다.
#2 2015년 6월 친부의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가 112로 걸려왔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경찰과 가족 및 주변인 조사에 들어갔고 친부에 의한 신체 및 정서적 학대가 확인됐다. 아동은 친부의 정신질환,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정성, 학대에 따른 적대감이 높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군청, 교육청, 드림스타트, 장애인복지관 등과 친부의 입원치료 및 아동의 심리치료를 시작했다.
아동학대 사건들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지만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2015 아동학대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1만9209건으로 전년 대비 1000건 이상 증가했다. 언론에 공개되는 수치보다 훨씬 많은 아동들이 학대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2014년 9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시행으로 아동보호 체계를 강화했음에도 현장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 55개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2만여 건의 피해사례를 관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담 치료 보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담원은 기관 당 10여명이다.
노장우 서울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전국적으로 촘촘하게 설치돼 있지 않고 기관에서 근무하는 상담원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아동학대가 근절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자영 전북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장도 “현장에 나가면 대부분의 시간을 현장조사에 집중한다”면서 “그렇다보니 학대재발 방지와 피해아동의 후유증 회복 등의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은 때론 학대사실을 확인하는 조사자로, 아동학대 판단 이후엔 서비스 제공자로 아동 및 가족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사실상 전혀 다른 두 영역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동학대처벌법 시행은 아동보호체계에 있어 큰 변화를 가져왔다.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사법체계의 역할이 보다 강화됐고 아동복지법을 중심으로 예방과 서비스 지원 방안 등이 포함됐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은 경찰과 직접 현장조사를 하고 있으며, 현장조사팀과 사례관리팀으로 구분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김정미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사업본부장은 “아동학대 현장에서 조사와 서비스 제공의 구분은 아동보호 서비스를 위한 전제조건”이라며 “그러나 여전히 구체적인 업무지침과 서비스 프로그램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굿네이버스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아동보호전문기관 4곳에서 아동보호 통합지원 전문서비스를 시범운영 하고 있다”면서 “학대피해아동과 가족을 지원하는 특화된 서비스를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굿네이버스 아동보호 사역
민간단체 처음으로 아동학대상담센터 열어 치료·예방 앞장
굿네이버스는 국내외 및 북한에서 굶주림 없는 세상,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복지·교육·구호 사업을 수행하는 국제구호개발 NGO다. 굿네이버스는 아동학대 대응을 위한 국가적 시스템이 갖춰지기 전인 1996년 민간단체로는 최초로 아동학대상담센터를 개소했으며 학대피해아동 보호 및 아동학대 예방사업을 펼쳐왔다.
NGO 등의 다양한 노력으로 2000년 아동복지법이 개정돼 아동학대가 처음으로 법에 명시됐으며, 굿네이버스의 아동학대상담센터를 모델로 아동학대예방센터가 전국에 문을 열었다. 현재 굿네이버스는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 55개 가운데 27개를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아동학대 신고접수부터 학대발생 여부를 확인하는 현장조사, 학대 피해 아동과 행위자에 대한 사례관리, 치료 및 상담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자녀 학대 유형과 건전한 대안
집 밖으로 내쫓거나 체벌 불꺼진 방에 혼자 두기 등 어떤 경우도 비교육적
굿네이버스는 ‘아동학대예방 캠페인’을 펼치며 좋은 부모가 되는 방법을 5가지 사례별로 소개하고 있다. 이들 사례는 부모들이 자녀양육에서 종종 저지르는 실수다.
첫째, 어린아이가 계속 운다는 이유로 엉덩이를 때리는 경우다. 체벌은 부모 입장에서 ‘사랑의 매’이지만 자녀에겐 그 사랑이 전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억울함 분노 스트레스 우울증 불안장애를 줄 수 있다. 체벌을 통한 지도는 다시 문제행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체벌보다는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고 문제의 원인을 해결해주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다.
둘째, 말을 듣지 않는 아이를 집 밖으로 내쫓는 경우다. 이는 정서학대에 해당된다. 아이는 부모로부터 거절당한 느낌을 받게 되고 언젠가 버림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정서적으로 고립감을 느낄 수 있다. 그보다는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자신의 행동으로 인한 결과를 인식할 수 있도록 도우며 아이와 바림직한 해결방안을 찾아보는 게 좋다.
셋째, 아이가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불 꺼진 방에 혼자 두는 경우다. 이 경우도 아이에게 불안감과 공포감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정서학대에 해당된다. 이보다는 ‘생각하는 의자’나 거실 모퉁이 같은 곳에 앉게 한 다음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에 대한 반성을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
넷째, 아이가 보는 앞에서 부부싸움을 하는 것이다. 아이가 부모의 부부싸움을 목격하면 두려움과 공포심이 생기며 향후 부적절한 감정조절, 공격적 성향 증가 등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대화를 통해 서로 화해하고 용서를 구하는 등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다섯째, 성적이 떨어진 아이를 늦은 밤까지 공부시키는 경우다. 이것도 정서학대에 포함되는데, 과도한 교육에 따른 수면·휴식·놀이시간 부족은 자녀의 올바른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부모는 자녀의 의견을 반영해 아이의 연령과 특성을 고려한 적절한 공부 방법과 시간을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ilove.gni.kr).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듭니다] 아동학대 급증하는데 조사·보호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
입력 2016-06-21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