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만표 변호사가 ‘정운호 법조비리’와 관련, 검찰 고위층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근거가 없다”며 ‘셀프 면죄부’를 줬다.
홍 변호사가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픽 대표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때 검찰 지휘라인과 접촉한 사실은 확인됐다. 그러나 ‘봐주기 수사’는 없었다는 게 50일간의 수사 결론이다. 홍 변호사의 범죄 혐의를 개인비리 성격으로 제한해 로비 의혹이 검찰 내부까지 번지는 걸 차단하는 식의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법조비리 관련 남은 의혹은 정 대표가 다른 경로로 1억원을 줬다는 혐의가 포착된 박모(54) 부장검사 사건과 최유정(46·구속) 변호사의 판사 로비 의혹 정도다.
로비 명목으로 돈은 받았는데…
20일 구속 기소된 홍 변호사의 공소사실에는 ‘상습도박 사건 수사와 관련해 개인적으로 친분관계가 깊은 서울중앙지검 고위 간부에게 부탁, 구속을 면하게 해주겠다는 취지’로 정 대표로부터 3억원을 수수한 혐의가 명시돼 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홍 변호사가 돈은 받아갔으되 실제 로비를 벌인 혐의는 없다고 했다. ‘청탁이 아니라 선처해 달라는 변론 활동’이라는 홍 변호사의 방어논리를 깨지 못한 것이다.
홍 변호사의 검사 상대 로비 의혹은 여러 차례 제기됐다. 우선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정 대표를 100억원대 상습도박 혐의로 기소하면서 횡령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을 두고 전관의 영향력이 통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나왔다. 이에 대해 검찰은 “강력부는 당시 원정도박에 중점을 두고 수사했으며 횡령 단서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수사팀은 정 대표 재판에서 항소심 구형이 1심 구형(3년)보다 6개월 낮아진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정 대표가 도박 퇴치자금 등으로 2억원을 기부한 점’ ‘1심 선고 후 브로커 등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 등을 고려한 정상적 조치라는 설명이다. 지난 1월 정 대표의 보석 신청에 대해 ‘적의처리’(법원 판단에 맡기겠다는 의미) 의견을 낸 것에 대해서도 “공판부장, 공판검사, 강력부와 합의해 의견을 낸 것”이라고 판단했다.
검찰 지휘라인은 서면조사로 마무리
검찰은 정 대표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8월과 9월 홍 변호사가 최윤수(49·현 국가정보원 2차장)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사무실을 찾아가고, 20여 차례 통화한 사실도 파악했다. 최 차장은 서면진술서에서 “홍 변호사에게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확실히 밝혔고, 수사팀에도 그렇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 차장의 진술을 수용했다. 홍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박성재(53·현 서울고검장) 당시 중앙지검장도 홍 변호사의 청탁 대상이 됐을 개연성이 높지만 검찰은 두 사람이 접촉한 흔적 자체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로비 의혹의 핵심인 검찰 간부에 대한 직접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서면조사 등으로 결론을 도출해 수사 의지가 빈약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홍 변호사 구속 기소를 기점으로 사건을 서둘러 봉합하려 했다는 것이다.
탈세 등 홍 변호사 개인 비리만 입증
홍 변호사는 개업 직후인 2011년 9월 정 대표에게 “지하철 매장 임대 사업에 차질이 생겼으니 해결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정 대표 측 브로커로부터 2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개업 초기에 사무실 개소 등으로 돈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홍 변호사가 지난해 말까지 ‘몰래 변론’이나 수임료 축소신고 등으로 수임료 34억5636만원을 신고하지 않아 15억5314만원 상당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도 적용했다. 홍 변호사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강덕수 전 STX 회장,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등 62건의 사건을 선임계 없이 ‘몰래 변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허위 현금영수증 발행, 세금계산서 조작 및 실제 수임료가 적힌 계약서 파기 등 각종 수법으로 수임료를 누락했다.
홍 변호사는 탈루한 세금을 본인이 사실상 운영한 부동산 회사를 통해 오피스텔 구매 등에 투자했다. 검찰은 서울지방변호사회에 홍 변호사 징계 개시도 신청했다. 부동산 등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보전 절차도 진행할 예정이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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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로비는 없었다”… 검찰 ‘셀프 면죄부’
입력 2016-06-21 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