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아삭! 스낵컬처] 달라도 괜찮아… 소수계층의 삶 다룬 웹툰들

입력 2016-06-21 17:36 수정 2016-06-21 17:42
웹툰 ‘나는 귀머거리다’ ‘학교를 떠나다’. 네이버·다음

만화가 담아낼 수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무겁고 어두운 주제도 그림을 곁들여 밝고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다. 그래서 소외 계층의 이야기도 의외로 만화와 잘 어울린다.

미혼모, 학교 밖 청소년, 장애인의 이야기를 그린 웹툰들이 포털 사이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너무 심각하지 않게, 너무 가볍지도 않게 그려낸 작품들이다.



찌푸린 시선을 거둬주세요…미혼모와 학교 밖 청소년

웹툰 ‘아 지갑 놓고 나왔다’(미역의효능 작가)는 미혼모 선희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딸 노루에 대한 이야기다. 두 사람의 아픈 과거, 어떻게 끝날지 모를 앞날에 대한 이야기다. 무겁고 슬픈 개인사를 다뤘고, 그들이 겪은 일들은 독자에게 온갖 고민을 안겨준다.

하지만 보는 게 부담스럽거나 힘들지 않다. 귀여운 그림과 사이사이 곁들여지는 유머가 무게를 덜어주고 어두움을 희석시켜 준다. 한 웹툰 작가는 “그림과 함께 이야기를 끌어나가면 마냥 어두워지지 않는다. 그게 그림과 만화의 힘”이라고 말했다.

자퇴생은 어떨까. ‘학교를 떠나다’는 고등학교를 중퇴한 10대의 삶을 다룬 생활툰이다. 버선버섯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그렸다.

자퇴생에 대한 편견도 흔한 일이다. 작가는 자퇴 이후 무기력증을 극복하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려다 거절당했다. “우리는 자퇴생은 안 뽑아요.” 그리고 들려오는 이야기는 이랬다고 한다. “자퇴생은 끈기가 없어서 안 돼. 고교 자퇴라니…분명 사고쳐서 자퇴한 걸거야.”

이 10대 작가는 학교에 갇혀 있는 생활이 ‘맞지 않아’ 학교를 떠나기 위해 싸워야 했고, 학교를 나온 뒤에는 편견과 무기력의 벽에 부딪혀야 했다. 자신의 경험담과 느낌을 솔직하게 그려내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잘 들리지 않을 뿐, 다른 것은 많지 않다

번개가 번쩍이고 난 뒤 천둥이 울린다. 시각과 청각이 모두 작동하는 사람이라면 번개에 먼저 놀라고 천둥을 대비한다. 하지만 청각장애인은 뒤따라오는 천둥을 모른다. 청각장애인은 번개에만 반응하고, 비장애인은 천둥에도 반응한다. 이런 차이다. 장애가 있고 없고는 이런 정도로 다를 뿐이다.

‘나는 귀머거리다’의 첫 회는 천둥번개에 대한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 두 사람의 반응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작가는 자신을 ‘귀머거리’라고 소개하고는, 바로 그가 좋아하는 게임 이야기로 들어갔다. 장애가 없는 작가들의 생활툰과 다르지 않은 시작이다.

장애인의 일상이라고 하면 불편과 불안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을 가질 수 있다. ‘나는 귀머거리다’(라일라 작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불편한 상황이 많지만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별 문제가 안 되기도 한다. 조금 더 참거나 기다리면 된다. 그게 꼭 괴롭지만은 않음을, 20대 초반의 작가는 밝고 말랑말랑하게 그려낸다.

지난해 ‘오늘의 우리 만화’에도 선정된 ‘HO!’(억수씨 작가)는 청각장애인 여성과 비장애인 남성의 사랑 이야기다. 청각장애가 있는 여주인공 호와 남주인공 원이의 사랑에 ‘청각 장애’는 장애가 되지 않는다. 청각장애인과의 대화는 입모양이 중요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더 집중할 수 있다. 얼굴을 마주봐야 원활하게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서로를 더 많이 바라봐야 한다. 장애가 곧 절망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담담하면서도 사랑스럽게 그려낸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