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권성동 사무총장 해임 건으로 다시 몸살을 앓고 있다. 유승민 의원 복당 문제로 시작된 갈등이 ‘세 규합’이나 ‘버티기’ 등 계파 간 힘 대결 양상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갈등을 해결하는 ‘정치’가 실종되면서 분란이 새로운 분란을 양산하는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20일 열린 당 비대위 전체회의는 권 사무총장 해임 문제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권 사무총장은 회의 전 김희옥 위원장을 찾아가 면담했고 이 자리에서 “합리적 이유나 명분이 없다”며 “김 위원장께서 사무총장 경질로 또 다른 논란을 낳고 당을 계파갈등이란 수렁에 빠지게 했다”고 지적했다. 권 사무총장은 김 위원장에게 해임 결정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회의에서도 양측이 충돌했다. 김 위원장은 “며칠간 심려를 끼쳐드렸다. 이유를 떠나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라며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비 온 뒤 땅이 더 굳는다’는 말이 있듯 땅을 더 굳게 하기 위해서는 말려줄 햇볕이 필요하다”며 “햇볕은 내부의 단결과 존중, 양보와 배려”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자신의 말을 마치고 곧바로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하려 했다. 그러자 김영우 비대위원이 “발언권을 달라. 비대위원이 공개 발언하는 걸 제한하면 안 된다. 민주주의 하자고 여기 모인 것 아니냐”며 막아섰다. 김 비대위원은 “권 사무총장 경질 방침은 적절치 않고, 혁신과 통합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경질이) 지난주 비대위에서 있었던 복당과 연계된 문제라면 비대위의 자기부정,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 이학재 비대위원 등이 권 사무총장 해임 건을 없던 일로 하자고 요구했지만 김 위원장 등은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권 사무총장 해임 논란은 당의 정치력 실종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탈당의원 복당을 결정한 지난 16일 비대위 회의 과정을 문제 삼아 권 사무총장을 경질했다. 김 위원장은 다른 비대위원들과 상의 없이 교체를 결정했고, 당사자에게도 이를 전화로 통보했다고 한다. 유 의원의 복당결정을 문제 삼은 친박계의 요구를 그대로 따른 셈이어서 비박계의 반발은 예견된 일이었다. 비박계는 복당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충분한 논의 없이 밀어붙여 논란을 자초한 책임이 있다.
양측의 갈등은 위원장에게 사무총장 경질의 재량권이 있느냐는 당헌·당규 해석의 문제로까지 번졌다. 친박계 김태흠 제1사무부총장은 “위원장이 사무총장 경질을 결정했으니 이미 끝난 사안”이라고 했다. 지상욱 대변인도 “김 위원장의 경질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비박계 이혜훈 의원은 “위원장은 비대위원 추천권만 있다. 해임은 절차와 사리에 다 안 맞는다”며 “위원장이 독재하는 당이냐”고 질타했다. 권 사무총장은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대표는 당직 임명 ‘추천권’을 가지고 있다”며 “해임 규정이 없는 경우 임명권을 가진 비대위 의결에 따라 해임하는 것이 법리”라고 주장했다.
친박계는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규모 회동을 했다. 강경파인 조원진 김태흠 이장우 김진태 이우현 박덕흠 의원 등 26명이 참석했다. 비박계는 일단 모임을 보류했다. 김용태 의원은 “(친박계가) 단체 행동을 한다고 맞대응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있고 권 사무총장의 만류가 있었다”며 “비대위의 결정을 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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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갈등, 산 넘어 산… 새누리, 정치력 ‘제로’ 계파만 판친다
입력 2016-06-21 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