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딸 둔 엄마 손예진, 낯선 역할이라 기대 컸어요”

입력 2016-06-21 17:34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청순미의 아이콘’이었던 배우 손예진(34·사진)이 스스로 그 틀을 깼다. 여배우라면 누구나 탐낼법한 이미지, 하지만 얽매이지 않았다. 영화 ‘클래식’(2003)과 드라마 ‘여름 향기’(2003) ‘연애시대’(2006) 등에서 보여준 여성스러움이 최근작에서는 그리 도드라지지 않는 이유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손예진은 “배우들은 항상 매너리즘에 빠진다. 매번 다른 캐릭터라도 같은 사람이 연기하는 이상 어쩔 수 없이 비슷해지기 마련”이라며 “그렇기에 끊임없이 그 틀을 깨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다른 영화나 다큐멘터리, 혹은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시각이 멈춰지면 더 나은 연기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자기와의 싸움, 그 반복인 것 같아요.”

23일 개봉하는 ‘비밀은 없다’를 선택한 이유도 “다른 연기에 대한 갈증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손예진은 “그동안 해본 적 없는 역할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있었다”며 “찍을 때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고 회상했다.

극 중 손예진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정치인(김주혁)의 아내이자 중학생 딸을 둔 엄마 연홍을 연기했다. 실종된 딸의 행방을 좇는 과정에서 충격적인 진실을 하나 둘 마주하며 감정적으로 폭주하는 인물이다. “이제껏 보지 못한 모성의 모습을 표현하려 했어요. 감정을 잡는 데 어려움이 많았죠.”

손예진은 “보통 매 장면마다 계산을 하고 연기하는 편인데 이번은 달랐다. 그 순간의 복합적인 감정을 오롯이 표정과 행동으로 표현해야 했다”면서 “외로운 싸움이었지만 배우로서 좋은 경험이었다. 좀 더 자유로워졌고, 열정이 되살아났다”고 했다.

데뷔 이후 15년 동안 그는 매년 한 작품 이상 선보였다. “저도 당연히 쉬고 싶을 때 많죠. 그런데 몇 개월 쉬다 보면 또 작품을 읽고 있더라고요(웃음).” 그는 작품 욕심이 많아서라고 했지만, 그만큼 끊임없이 제안이 들어온다는 얘기일 것이다.

배우 인생에 큰 굴곡이 없었던 것 같다는 말에 손예진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작품들이 저에게는 청춘이에요. 돌이켜보면 문득 쓸쓸해질 때가 있어요. 이렇게 다 지나가고 있구나.”

그러다가도, 불과 한 달 뒤로 개봉일이 몰려버린 차기작 ‘덕혜옹주’ 얘기에 다시 해사하게 웃는다. “비밀은 없다와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 그나마 다행이에요. 비슷한 장르였다면 더 속상할 뻔했어요(웃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