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근성·실력… 연기돌의 이유 있는 전성시대

입력 2016-06-21 17:34 수정 2016-06-21 21:48

연기하는 아이돌,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무대에서 잠시 내려온 ‘연기돌’들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누비며 배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발연기’ 논란은 어느덧 옛말이 됐다.

상반기에도 아이돌의 연기 행보가 두드러졌다. 영화 ‘오빠생각’의 임시완(제국의아이들), ‘순정’의 도경수(활동명 디오·엑소), ‘글로리데이’의 김준면(수호·엑소) 등이 스크린에 나섰다. 브라운관에서는 혜리·민아(걸스데이), 유이(애프터스쿨), 홍빈(빅스), 이기광(비스트), 바로(B1A4) 등이 주·조연으로 활약했다. 화제성과 실력을 두루 갖춘 연기돌의 활약은 올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하반기 주요 배역 꿰찬 아이돌

최정상의 인기를 자랑하는 그룹 엑소의 시우민은 오는 7월 6일 개봉되는 영화 ‘봉이 김선달’을 통해 스크린에 데뷔한다. 앞서 웹 드라마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 ‘도전에 반하다’에 출연했지만 본격적인 연기 도전은 처음이다.

대동강을 팔아치운 전설의 사기꾼 김선달(유승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에서 시우민은 사기패의 막내 견이 역을 맡았다. 극 중 많은 분량의 호흡을 맞춘 라미란은 “이번 작품에서 시우민을 처음 만났는데 연기에 어색한 느낌이 전혀 없었다”고 칭찬했다.

방영을 앞둔 드라마들에서도 연기돌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국민 첫사랑’ 배수지(미쓰에이)는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KBS 2TV ‘함부로 애틋하게’에서 김우빈과 달달한 로맨스를 그린다. 100% 사전 제작된 드라마는 다음 달 6일 첫 방송된다.

KBS 2TV ‘최고다 이순신’(2013) ‘프로듀사’(2015) 등을 통해 연기자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아이유는 오는 8월 29일 방송되는 SBS ‘보보경심: 려’에서 이준기와 함께 주연으로 나선다. 강하늘·홍종현·남주혁·지수 등 꽃미남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이 드라마에 백현(엑소)도 합류했다. 개구쟁이 황자 왕은 역으로 연기 첫 걸음을 내딛는다.

다수 출연작을 보유한 손나은(에이핑크)은 정일우·안재현·박소담 주연의 tvN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8월 5일 첫 방송)에, 진영(B1A4)은 박보검·김유정 주연의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8월 15일)에 각각 출연한다.

오는 12월 방송될 KBS 2TV ‘화랑: 더 비기닝’에는 아이돌이 셋이나 등장한다. 연기 경험이 있는 박형식(제국의 아이들)과 최민호(샤이니), 그리고 첫 연기를 선보이는 김태형(뷔·방탄소년단)이 나선다.



아이돌 향한 러브콜, 이유는

아이돌을 영화나 드라마에 캐스팅하는 이유는 일종의 ‘흥행 담보’ 때문이다. 영화 관객 수나 드라마 시청률의 일정 부분을 보장해주고, 한류스타인 경우 해외 수출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일정 부분 검증된 인물이라는 것도 아이돌에게는 유리한 대목이다.

영화 업계에서 10년 이상 일해 온 한 캐스팅 디렉터의 설명을 들어보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의 프로필이 캐스팅 디렉터에게 들어옵니다. 하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누굴 시켜야 할지 프로필 정보로는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그런데 아이돌 출신들은 활동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유리한 위치에 놓여 있는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아이돌 캐스팅의 이유가 흥행성과 인지도 때문만은 아니다. 아이돌의 실력이 예전보다 많이 향상되면서 ‘실력’으로 승부를 보는 사례가 늘었다. 배우로 데뷔하기 위해 체계적인 연기공부를 함께하는 경우가 많아져서다. 실제로 임시완, 도경수, 이준호·옥택연(2PM), 정은지(에이핑크), 혜리 등은 배우 못지않은 연기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습생 생활을 오래 하면서 생긴 ‘근성’도 아이돌이 캐스팅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한 캐스팅 디렉터는 “아이돌이 캐스팅 되면 뒷말이 무성하다. 실력이 없는데 단지 아이돌이라서 발탁됐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라면서도 “하지만 연습생을 거치며 힘들게 노력해본 경험 자체를 높이 사는 디렉터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문수정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