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보행길 서울역 고가] 발밑으론 차가 쌩쌩… 공중정원엔 산소같은 낭만

입력 2016-06-21 18:34
서울시가 지난해 ‘서울역 7017 프로젝트’ 국제현상설계공모 당선작으로 발표한 ‘서울수목원’ 조감도(사진 위). ‘서울수목원’은 고가에 나무를 심어 공중정원으로 조성하고 램프는 나뭇가지로 비유해 17개 보행길과 이어진다. 고가상부와 하부에 조성된 정원(사진 가운데)과 서울역 주변 역사·문화·쇼핑 명소와 연결되는 17개 보행길(사진 아래) 이미지. 서울시 제공

부산에서 친구를 만나기 위해 KTX로 서울역에 도착한 A씨는 서울역광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서울역 고가에 오른다. 고가 위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숭례문을 비롯한 서울 시내 전경을 감상한다. 중국에서 관광차 서울을 찾은 ‘유커’ B씨는 인천공항에서 공항철도로 서울역에 내려 에스컬레이터로 서울역 고가에 오른다. 고가 위에 설치된 전망발코니에서 서울 시내를 조망한 뒤 퇴계로 방향으로 이어진 보행로를 따라 남대문시장에 들러 쇼핑을 즐긴다. 내년 4월 공중산책로로 변신하는 서울역 고가에서 볼 수 있는 풍경들이다.

고가에 공중정원이 들어서는 서울수목원

서울시가 지난해 5월 ‘서울역 7017 프로젝트’ 국제현상설계공모 당선작으로 발표한 네덜란드 건축·조경전문가 비니마스(Winy Mass)의 ‘서울수목원’은 서울역고가를 큰 나무로 설정하고 주변 17개 보행길로 이어지는 램프를 나뭇가지로 비유하고 있다. 서울역 고가에 조성되는 서울수목원은 화분형태의 식재와 나뭇가지 형태로 접속되는 트리구조를 결합해 도시공간으로 연계되고 확장되며 성장해나가는 선형의 식물원이다.

서울시는 고가에 공중정원을 조성하기 위해 퇴계로에서 중림동까지 다양한 국내 수목을 심을 예정이다. 우선 서울에 살고 있는 식생 중 인공지반에서 생육할 수 있는 49과 186종의 수목을 선정, 73개 종류의 656개 원형 화분에 심고 식물 ‘과’의 한글이름에 따라 ‘가나다’ 순으로 배치한다. 이를 위해 국립수목원 등 식물전문가 자문을 받아 서울 도심의 고가 상부 환경에 맞는 화목류(아교목, 관목), 녹음수, 다년생 초화류 등 다양한 수목을 선정한다. 또 해당 식물종에 최적화된 인공지반 녹화 시스템을 구축해 사계절 다양한 경관을 선보일 예정이다.

고가 상부 보행길 폭은 2.5∼3.5m를 확보해 휠체어와 유지관리 카트차량이 다닐 수 있도록 설계된다. 고가 진출입부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턱을 낮추고 점자블록을 설치하며 주 보행길 외에 간접보행로도 만든다. 아울러 고가에는 카페, 도서관, 야외무대, 꽃집, 화장실 등 20여개의 다양한 휴식·편의시설이 들어선다. 또 화분겸용벤치 135개와 장미광장, 목련광장을 비롯해 16개의 크고 작은 광장이 조성돼 도심 속 공중휴식처가 될 전망이다.

특히 최고 17m 높이에서 서울의 심장부를 파노라마식으로 조망할 수 있는 전망발코니가 서울역, 숭례문, 중림동, 청파동 방향으로 4곳에 들어선다. 발밑으로 기차와 자동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내려다보는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직경 60㎝ 강화유리 바닥판이 3곳에 설치된다. 다만 투신자살 등 안전사고에 대비해 철도 통과구간은 3m, 그 외 구간은 1.4m 높이의 난간을 설치하고 CCTV 26개를 운용할 예정이다.

주변 17개 보행길로 뻗어나가는 고가

서울시는 끊어졌던 도시맥락을 회복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서울역 고가에서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계단 등을 통해 7개 방향으로 총 17개 보행길이 연결되도록 설계했다.

우선 회현역 방향은 4호선 회현역 5번 출구까지 폭 10m, 길이 214m의 보행로를 연결하고 역으로 바로 진출입이 가능하도록 엘리베이터 1기가 설치된다. 한양도성 방향으로는 소월길로 바로 연결되도록 남산육교에 엘리베이터가 1기 설치된다. 고가에 인접한 대우재단 빌딩과 호텔마누 건물로는 브릿지를 통해 바로 연결된다. 지하철 1·4호선 서울역과는 엘리베이터로, 지상 교통섬과는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지하-지상-고가를 수직으로 연결한다. 서울역광장 방향으로는 서울역 파출소 옆에 엘리베이터가 우선 설치된다.

청파동방향으로는 램프 옹벽을 철거한 곳에 직통계단이 놓여지고 새로 조성될 만리동공원과 서울역 서부를 연결하는 횡단보도가 설치된다. 중림동방향으로는 기존 램프를 철거하고 만리재로 고가분기점에서 중림동 방향 보도로 연결되는 나뭇가지 모양의 보행교량이 신설된다.

중림동 청소차고지 부지와 인근 교통섬을 합친 1만443㎡ 부지는 만리동공원으로 새로 조성돼 지역주민에게 휴식공간으로 제공된다. 여기에는 서울역고가 바닥판을 철거하면서 나온 콘크리트 바닥판을 재활용한 공공미술작품이 설치될 예정이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