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잃어버린 소설가가 그림으로 못 다한 이야기를 전한다.
21세기북스 출판사는 “다음 달 8일부터 21일까지 보름간 서울 종로구 혜화아트센터에서 ‘김승옥 무진기행 그림전’을 연다”며 “전시회와 함께 화집도 출간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1960년대 ‘감수성의 혁명’이라는 찬사를 받은 단편 ‘무진기행’의 작가 김승옥(75·사진)은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직후 절필을 선언했다. 2003년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그는 이듬해 산문집을 낼 만큼 병을 이겨냈지만 말은 끝내 되찾지 못했다. 현재는 필담으로만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
작가는 투병 중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10여년간 그려온 작품들이 이번 전시회에 걸린다. 주로 순천만 대대포구 일대의 풍경을 그린 수채화나 인물 초상화, 스케치 등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함성주 21세기북스 기획위원은 “김승옥 선생은 젊은 시절 문인들에게 초상화를 종종 그려줬고, ‘김이구’라는 필명으로 한 경제신문에 4컷 만화를 연재하기도 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우연히 선생님이 그린 수채화를 보게 됐는데, 굉장히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면서 “전시회를 열자고 말씀드리니까 굉장히 좋아하시면서도 그림 전문가가 아닌데 사람들이 욕하지 않을까 걱정도 하셨다”고 전했다.
김남중 기자
‘무진기행’ 소설가 김승옥, 그림으로 팬들과 만난다
입력 2016-06-21 17:26 수정 2016-06-21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