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 ‘수사정보 유출’ 의혹은 “기업체 임원의 자작극”

입력 2016-06-20 19:27 수정 2016-06-20 22:18

현직 검사가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 원정도박 수사 상황을 흘려줬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은 “실체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양쪽 간 연결고리로 지목된 기업 임원의 자작극이었다는 설명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19일 수사기밀 누설 의혹의 당사자인 이모(45) 검사와 모 항공사 부회장 구모씨를 불러 20일 새벽까지 조사했다. 이 검사는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수사하던 정 대표 상습도박 수사정보를 구씨를 통해 정 대표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검찰 조사 결과 구씨가 정 대표에게 전달한 이 검사의 문자메시지는 구씨 자신이 지어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구씨는 지난해 9월 30일 서울 D고 동문모임에서 이 검사를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다음 날인 10월 1일 ‘만나서 반가웠다’는 의례적 문자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구씨는 마치 이 검사가 수사 상황을 알려주는 문자를 보낸 것처럼 정 대표에게 문자를 ‘포워딩’했다.

‘(원정도박) 수사검사와 점심식사를 했는데 (정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더라도 수사가 확대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이○○ 드림’이란 내용이었다고 한다. 검찰은 실제로 하루 뒤에 정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이 검사는 연수원 동기인 사건 주임검사와 당시 만난 적이 없고, 그 이전 1년간 통화한 기록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검사와 구씨 간에도 동문회 다음 날에 안부를 주고받은 것 외에는 접촉 흔적이 나오지 않았다. 구씨도 자신의 문자 조작 사실을 실토했다.

그는 “정 대표가 구속영장 청구 예정 소식을 듣고 변호인인 홍만표 변호사에 대한 심한 배신감을 토로하는 등 격앙돼 있었다. 그를 진정시키려고 허위 문자를 보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사실 관계를 몰랐던 정 대표는 자신이 진짜 이 검사로부터 수사 상황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가 최근 검찰에 관련 진술을 했다는 얘기다. 검찰은 구씨를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구씨가 정 대표와의 친분 때문에 검사 이름을 사칭하면서 벌어진 것”이라며 “실제 수사기밀 누설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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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