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캐나다가 ‘적극적 안락사’를 합법화했다. 국내에서도 2018년부터 연명의료 시술을 거부할 수 있는 ‘소극적 안락사’가 허용된다. 크리스천 의료인 및 법조인 등은 생명경시 풍조가 확산될 우려가 큰 만큼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캐나다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여기에는 독극물 등을 이용해 생명을 끊는 이른바 ‘적극적 안락사’도 포함된다. 정신질환이 없는 18세 이상 성인이 치료가 어려운 질병 또는 장애를 가진 경우, 본인과 증인 두 명의 동의를 얻으면 의료진의 도움으로 안락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국내에선 ‘연명의료법안’이 지난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소생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가 연명의료시술을 거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이 법안은 2018년부터 시행된다.
대통령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장인 박상은 안양 샘병원 원장은 “사람이 다른 사람의 생명에 대해 존속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권리의식에서 나온 것”이라며 “하나님이 인간 생명을 결정하는 것이라면 심각한 질병이나 장애를 갖고 있더라도 그 자체를 존엄한 존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명의 존속 여부는 절대 다수결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죽음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요즘, 죽음이 채 이르기 전에 삶을 마감하게 해서는 안 되며 당사자가 마지막까지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 권오용 변호사는 안락사 법제화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상속문제 등이 발생할 때 안락사 법을 악용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으며 잘못된 경제논리에 따라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우울증 환자가 감정을 주체 못해 안락사를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법제화에 앞서 생명의 존엄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풍토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유석 단국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생명유지를 돕는 것이 직업인 의사에게 ‘살인하지 말라’는 규범은 절대적 가치였지만 최근 안락사에 대한 요구로 그 의미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며 “인류의 보편적 가치관과 생명의 존엄을 고려할 때 ‘죽음을 앞당기려는 적극적 행위’인 안락사에 찬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안락사에 대한 윤리적·성경적 대안으로 말기환자가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통증 없이 존엄성을 유지하며 살도록 돕는 호스피스 제도를 활성화하는 게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턱없이 부족한 국내 호스피스 시설과 관련 사회·문화적 기반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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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생명 존속 여부는 오직 하나님 소관 존엄한 삶 도와야”
입력 2016-06-20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