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로 또박또박 “내 꿈은 경찰관”… 미얀마 아이들, 가재도구 곳곳에 한글 포스트잇

입력 2016-06-21 04:07
‘재정착 희망 난민’ 대상으로 선정돼 한국에 정착한 미얀마 난민 네 가족이 20일 인천 중구 출입국·외국인 지원센터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23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인천=김지훈 기자

국내 첫 ‘재정착 희망 난민’ 대상으로 선정돼 한국 땅을 밟은 ‘미얀마 난민 네 가족’이 20일 제16회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그간 근황을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23일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한 지 6개월 만이다.

재정착 난민 제도는 우리 정부가 유엔난민기구(UNHCR) 추천을 받아 제삼국 난민캠프 등에 체류 중인 난민을 데려오는 제도다. 세계 28개국이 시행 중인 ‘찾아가 데려오는’ 난민 정책에 우리 정부도 29번째로 동참했다(국민일보 2015년 9월 20일 단독 보도).

법무부는 이날 오후 인천 영종도 소재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서 ‘난민 어울림마당’ 행사를 열고 ‘미얀마 난민 네 가족’의 언론 공개 인터뷰 행사를 가졌다. 반년 만에 취재진과 다시 만난 네 가족 22명의 얼굴에는 긴장과 설렘이 교차했다. 입국 당시 생후 8개월로, 엄마 써쿠(30)씨 품에 안겨있던 후뚜쿠(1)군은 이제 지원센터 안을 걸어 다닐 정도로 자라 있었다. 써쿠씨는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걸어 다니고 간단한 노래도 할 정도로 컸다”며 웃었다.

네 가족은 지원센터 내 2, 4인실에서 생활하며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집중적으로 배웠다. 써쿠씨의 남편이자 3남을 둔 나이우(35)씨는 “매일 한국어를 배웠고, 취미였던 그림도 그릴 수 있었다”며 “한국어를 더 공부해 공장에 취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범죄가 많이 없어 가족들과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나라라고 생각했다”고 입을 모았다.

네 가족의 아이들 14명은 6개월간 다문화학교인 인천 한누리학교에 다녔다. 아이들의 방에는 태극기와 미얀마 국기가 나란히 걸려 있었다. 가재도구 곳곳에는 한글과 미얀마어를 함께 적은 포스트잇이 가득했다. 장래희망을 묻자 아이들은 또렷한 한국어로 ‘경찰관’ ‘교사’ ‘의사’ 등을 외쳤다. 2남3녀의 아버지인 쿠뚜(45)씨는 “난민캠프에서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없었다”며 “나는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아이들에겐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하게 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2014년 생긴 지원센터에는 네 가족을 포함해 총 51명의 난민이 생활하고 있다. 한국 사회 정착을 앞두고 한국어·취업 교육 등 적응 훈련을 받는 중이다. 센터 측은 난민생활에서 얻은 상처가 아물도록 심리 치료 등도 시행했다. 네 가족은 “한 달에 한 번 외출해 2박3일 바닷가도 여행하고, 인천 부평시장과 서울 남산타워도 구경했다”며 “한국인들이 친절하게 대해준 것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네 가족은 오는 9월 센터 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첫발을 뗀다. 우리 정부는 이들 가정의 희망취업 업종 등을 고려해 지역사회에 무사히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법무부는 “이들이 우리 사회에 성공적으로 자립·정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국민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사회뉴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