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지에서 전쟁과 박해를 피해 떠도는 난민이 지난해 6530만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공개한 이 수치에는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2130만명, 난민 심사가 진행 중인 320만명, 자국 영토에서 피신 중인 4080만명이 포함돼 있다. 세계 인구 113명 중 1명꼴로 난민인 셈이며, 그 가운데 51%는 아동이다. 한국을 찾는 이도 갈수록 늘어 5000여명이 난민 지위를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난민 제도가 잘 갖춰진 편이다. 2013년부터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시행했고, 지난해에는 정부가 해외 난민 캠프로 찾아가 한국에 정착시킬 이들을 데려오는 재정착 난민 제도를 실행에 옮겼다. 그런데도 여전히 난민 인권 문제가 불거지고 난민에게 가혹하다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는 건 제도와 운용, 제도와 인식의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1994년 이후 난민 신청자 1만7523명 중 약 3.4%인 592명만 인정을 받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38%)에 크게 못 미친다. 인천국제공항 송환대기실에선 난민 심사 자체를 거부당한 ‘불회부 난민’ 195명이 생활하고 있다. UNHCR 한국대표부는 이들의 열악한 환경을 지적하며 우리나라 난민 신청 절차가 너무 길고 복잡하다고 꼬집었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지 못하면 아무리 선진적인 제도를 갖췄더라도 난민정책 후진국을 면하기 어렵다. UNHCR은 난민 신청과 동시에 심사가 시작되도록 권장하고 있다. 외국인의 불법 출입국을 통제한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인권 문제로 바라보는 전향적 접근이 필요하다. 난민 인정률이 높아지고 국내 정착이 확대되려면 국민적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인구절벽을 코앞에 둔 우리는 인구 감소에 대처하려 난민을 적극 수용한 독일의 선택을 뒤따르게 될지 모른다.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모색하는 건 오히려 우리에게 더 시급한 문제일 수 있다.
[사설] 난민에 대한 국민적 인식 전향적으로 바꿀 때
입력 2016-06-20 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