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상품 다변화, 中企 홍보에 달렸다

입력 2016-06-21 04:00

지난 5월 중국 선양·시안·충칭에서 잇달아 열린 한류상품박람회에는 참관객이 14만3000명에 달했고 중국 400여 업체의 바이어들이 한국 기업과 1415건(1억530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겉보기에는 가시적 성과였지만 화려한 한류에 가려진 한국 기업 진출의 어두운 부분도 없지 않았다. 인기를 끈 한국 상품은 화장품과 패션, 식품 등 일부 품목에 국한됐고 중소기업들은 비용 등으로 인해 한류마케팅도 버거워했다. 이에 정부는 중소기업이 한류콘텐츠상품 홍보에 지출한 간접광고(PPL) 비용 일부를 지원키로 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한류상품 품목 한정돼 일본과 대조

한류상품박람회에서 참관객들과 중국 바이어들의 관심은 단연 K뷰티로 대표되는 화장품과 패션의류 업체에 쏠렸다. 중국에 진출한 한류스타들에 의해 한국식 메이크업과 패션은 이미 친숙한 상품으로 자리 잡은 덕이다. 하지만 한류스타들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제품군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 실제 20일 한국마케팅협회가 실시한 ‘2016 유커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들이 찾는 한국 제품은 설화수·후·라네즈 등 화장품과 생활용품, MCM·스타일난다 등 패션의류와 일부 식품에 집중됐다.

이는 다양한 제품으로 유커(중국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일본과 대조적이다. 안약과 수면안대, 닭살피부크림 등 의약품부터 정수필터, 보온병, 출산용품, 각 지역특산품까지 중국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일본 상품군은 다양했다. 코트라 도쿄무역관 관계자는 “애니메이션 등 문화산업을 오랫동안 발전시킨 일본의 경우 여기서 파생되는 상품이 매우 다양하다”며 “반면 한국은 다양한 한류 파생상품을 만들어 파는 데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의 한류마케팅 장벽 허물어야

중소기업들이 마케팅에 한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코트라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한류 드라마 제작단계부터 2억∼3억원에 이르는 PPL 비용을 투입하기는 어렵다”며 “중국에서 인기를 끈 한류상품은 대부분 투자할 여력이 있는 대기업 제품”이라고 말했다. 결국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중소기업들이 한류를 활용하지 못하면서 한류 상품군도 협소해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코트라와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중소기업의 한류마케팅을 활성화하기 위해 오는 30일 ‘한류콘텐츠 PPL 활용 설명회 겸 상담회’를 열기로 했다. 중국 안후이위성TV에서 방영되는 중국판 ‘정글의 법칙’ 촬영지로 등장한 마다가스카르의 천연흙을 소재로 만든 ‘셀라’ 화장품이 대표적 성공사례로 소개된다. 정부는 중국에 수출되는 한류드라마에 매칭된 중소기업 상품의 경우 기업체가 지불해야 할 PPL 비용의 50%를 지원할 예정이다.

중국판 파워블로거인 ‘왕홍(網紅)’을 활용한 바이럴마케팅도 활로가 될 수 있다. 많게는 1인당 75만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왕홍은 중국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홍보할 주요 통로다. 도쿄무역관 관계자는 “중국인들은 신뢰도가 높거나 인기가 많은 해외 제품을 구입한 뒤 SNS에 올려 과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일본업체들은 SNS 분석을 통해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트렌드, 수요 예측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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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