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사각지대] “돈된다” 인식… 무허가·영세 파견업체 무차별 난립

입력 2016-06-20 18:53
경기도 안산의 한 건물에 17일 인력파견 업체들의 간판이 여러 개 붙어 있다. 이 지역 파견업체 중 허가받지 않은 곳이 절반에 이르고, 허가 업체도 연간 절반이 간판을 바꿔 단다. 안산=김지훈 기자

위장도급, 제조업 파견 등 불법파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파견업체 자체가 무허가이거나 영세하기 때문이다.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에 2492곳의 파견업체가 운영되고 있다. 2005년 1153개에서 10년 만에 배 이상 늘었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등은 고용부의 의뢰로 작성한 용역 보고서에서 “파견업체가 급격히 느는 이유는 출퇴근 차량과 관리직 직원, 일정한 사무실만 갖추면 저비용으로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파견업체는 우후죽순 늘고 있지만 대부분은 영세하다. 전국 파견업체 중 738곳(29.6%)은 소속 파견근로자가 전혀 없다. 1333곳(53.5%)은 파견근로자가 50인 미만이다. 전국 파견업체의 3분의 1은 사실상 영업중단 상태이고, 2분의 1은 사무실 임대료 내기도 어려운 상태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나마 파견법 기준을 충족해 고용부 허가를 받은 업체가 이렇다.

무허가 파견업체 수는 가늠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국내에서 파견업체가 가장 많은 경기도 안산·시흥 지역에서는 허가 파견업체 수만큼 무허가 파견업체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무허가 파견업체와 영세 파견업체에는 사실상 불법파견 단속 같은 행정력이 미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무허가 업체는 파견 실적 등을 고용부에 보고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의 불법 파견 단속망에서 벗어나 있다. 무허가 업체가 위장도급 등 불법 파견을 할 경우 단속하기란 쉽지 않다. 안산에서 파견업체 ‘조이앤잡’을 운영하는 박지순 대표는 “파견노동자에게 4대 보험을 가입해주지 않는 등의 문제를 없애려면 무허가 업체부터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세 파견업체는 폐업과 창업을 반복해 단속의 손실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고용부가 2014년 안산·시흥 지역 파견업체를 조사한 결과 전체 310곳의 허가 파견업체 중 새로 허가된 곳은 167곳이고 폐지된 곳은 169곳이다. 매년 파견업체의 반이 바뀌는 셈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파견노동자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업체 이름만 바꿔 위장폐업하고 다시 창업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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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