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서 원양어선 ‘선상 반란’

입력 2016-06-20 18:12 수정 2016-06-21 00:33
인도양에서 참치 잡이 조업 중이던 우리나라 원양어선에서 베트남 선원이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을 살해하는 선상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1996년 사모아섬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페스카마호 사건(당시 한국인 선원 7명 사망) 이후 20년 만의 원양어선 선상살인이다.

20일 오전 1시58분쯤(한국시간) 인도양 세이셸군도 인근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부산 광동해운 소속 광현 803호(138t·사진) 참치연승 원양어선에서 베트남 선원 B씨(32)와 C씨(32)가 술을 마신 뒤 만취 상태에서 선장 양모(43)씨와 기관장 강모(42)씨 등 2명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 사실을 인도네시아 선원으로부터 전해들은 항해사 이모(50)씨가 몸싸움 끝에 가해자들을 선실에 격리함으로써 사건은 일단락됐다. 한국인 유일한 생존자인 이씨는 곧바로 선사에 알렸고, 선사는 3시간이 지난 뒤인 이날 오전 5시10분쯤 해경에 늦장 신고했다. 살인용의자인 베트남인 2명은 선실에 자율 격리된 상태다.

광현호는 소말리아 모가디슈 동쪽 850마일 해상에서 시속 14㎞의 속도로 세이셸군도 빅토리아항으로 이동 중이며, 4일 뒤 도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어선에는 선장과 기관장 등 한국인 선원 3명, 베트남 선원 7명, 인도네시아 선원 8명 등 총 18명이 탑승했었다.

부산 해양경비안전서는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현지에 7명으로 구성된 수사팀을 급파할 예정이다. 수사본부는 현지에 도착하는 대로 살인용의자를 긴급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뒤 다른 선원들의 공모 여부를 수사할 계획이다.

외교부는 주에티오피아 대사관을 통해 세이셸 당국과 용의자 현지조사 및 관련 사법절차 진행에 필요한 사항을 협의하고 있다. 유족 5명은 21일 오후 광동해운 관계자와 함께 인천공항을 통해 현지로 떠날 예정이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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