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박중독에 빠져 전문기관에서 상담받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김호진(사진) 상담사는 20일 “과거에는 40, 50대가 도박중독 관련 상담을 받으러 왔지만 최근에는 청소년과 대학생이 절반가량 된다”고 했다. 김 상담사는 “도박을 ‘확률게임’으로 착각해 이길 수 있다는 비합리적 신념에 빠진 청소년이 많다”며 “돈을 구하기 위해 불법적 방법을 쓰거나 부모 지갑, 신용카드에 손을 대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등 사행성 게임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성인보다 자기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청소년은 외부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유사도박에 빠져들고, 이게 실제 도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도박문제관리센터 원동준 연구개발과장은 “스마트폰 등으로 도박에 접근하기 쉬워져 청소년 도박중독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청소년 도박중독을 개인의 일탈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한정호 교수는 “개인의 일탈로만 청소년 도박중독을 바라보면 해결하기 어렵다”며 “청소년 도박중독은 사회적 질병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도박에 중독된 청소년은 과거부터 있었지만 최근에는 기술 발달로 사회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사회적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청소년들이 도박에 빠지지 않도록 막고, 도박의 문제점을 알리는 다양한 장치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김지선 전문위원은 “사행성 게임을 접하는 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도박 등을 접하는 청소년도 많아졌지만 청소년 도박중독에 대한 교육은 많이 부족하다”며 “도박중독을 학교에서 교육하는 것에 부정적이거나 청소년 도박중독을 심각하게 보지 않는 시각도 있지만 학생들은 이미 학교에서 사행성 게임을 쉽게 접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문위원은 “사행성 게임에 익숙해지면 도박중독으로 이어지기도 쉽다. 학생들에게 돈 내기 같은 경우도 도박의 일종이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도록 돕는 교육이 학교 안팎에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행성 게임이나 도박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은 많아졌지만 접근을 막거나 방지하기 위한 수단은 아직 부족하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인 접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관련뉴스]
☞
사행성 게임 접하는 연령 점점 ↓… 청소년 도박, 사회적 질병으로 봐야
입력 2016-06-20 19:07 수정 2016-06-20 2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