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向 평준화, 정규직의 양보 필요” 정진석 교섭단체 대표 연설

입력 2016-06-20 18:18 수정 2016-06-20 22:22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재벌 2, 3세들의 경영 참여를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20대 국회의 시대정신으로 제시했다. 성장 대신 분배와 정의(正義)라는 가치를 보수정당의 어젠다로 설정한 것이지만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갖고 “대기업과 공공부문 노조가 전체 노동자가 아닌 자신의 기득권만 지키려고 한다면 제2, 제3의 ‘구의역 김군’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대기업 노조는 이 땅의 청년, 비정규직과 함께 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사회적 대타협이 그 해법”이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상향 평준화’는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다. 하위 90%에 있는 사람들도 상위 10%처럼 대우해 주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향(中向) 평준화’를 대안으로 제안하면서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정규직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노동시장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박근혜정부의 ‘숙원 법안’으로 여겨지는 노동개혁 4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또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은 이 ‘중향 평준화’ 원칙에 입각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덴마크, 스웨덴 등을 사회적 대타협의 예로 들며 “이들의 역사는 기업과 노조가 함께 양보한 역사”라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은 지금까지 나눠먹을 파이를 키우는 일에 집중해 왔다”며 “그러나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분배의 문제를 고민해야만 할 시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복지의 구조개혁 문제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롯데그룹 등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대기업의 불법, 탈법적 경영권 세습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정 원내대표는 “재벌을 해체하자는 게 아니다”라며 “엘리트들이 20∼30년 걸려 올라가는 임원 자리를 재벌가 30대 자녀들이 차지한 것은 정의롭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당내에선 이날 연설에 대해 ‘무난한 데뷔’라는 평가가 나왔다. 유승민, 원유철 전 원내대표가 각각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밝혔던 중(中)부담·중(中)복지론과 자위권 차원의 핵무장 주장과 같은 ‘튀는 제안’을 피하면서 당의 외연 확대를 시도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평가절하했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분배나 재벌 문제 등에 대해 의미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정부·여당의 실정을 외면했다는 이유로 “진단은 있으나 원인도, 해법도, 대안도 없는 실망스러운 연설”이라고 했다.

[정치뉴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