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야드를 훌쩍 넘는 드라이버샷. 2008년 첫 우승 후 매년 1∼2승씩을 거둔 꾸준한 경기력. 하지만 메이저 대회만 만나면 잇단 불운이 번번이 그를 가로막았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장타자 더스틴 존슨(미국)이 마침내 32세에 US오픈을 석권하며 첫 메이저 왕관을 썼다. 이번에도 퍼팅 직전 공이 저절로 움직여 벌타를 받아야했지만, 더 이상 불운이 그를 가두진 못했다.
존슨은 20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오크몬트 컨트리클럽(파70·7219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4라운드에서 최종합계 4언더파 276타를 쳤다. 3라운드까지 단독선두 셰인 로리(아일랜드)에 4타차로 뒤져 있었으나, 이를 뒤집고 공동 2위 짐 퓨릭, 스콧 피어시(이상 미국) 등을 3타 차로 누르고 우승했다. 우승상금 180만 달러(약 20억원)를 받은 그는 투어 10승째를 메이저 우승으로 장식했다.
드라이버샷 비거리 2위(평균 310.1야드)인 그는 까다로운 메이저대회 코스에서 늘 우승후보로 꼽혀왔다. 실제 그는 메이저대회에서 무려 11차례나 톱10에 들었었고, 준우승도 두 차례나 차지했다. 그의 메이저 첫 불운은 2010년 PGA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일어났다. 선두를 달리던 그는 18번홀에서 벙커를 맨땅으로 알고 세컨드샷 직전 클럽을 지면에 댔다가 2벌타를 받고 공동 5위로 처졌다. 2011년 브리티시오픈 4라운드 14번홀에선 2번 아이언으로 티샷하다 OB가 나는 바람에 대런 클라크(북아일랜드)에게 우승을 헌납했다. 지난해 US오픈에서는 마지막 홀에서 3퍼트에 울었다. 선두 조던 스피스(미국)에 1타 차 2위로 최종 18번 홀(파5)에 들어선 존슨은 장타를 앞세워 투온을 시켰고 4m 이글 퍼트를 남겼다. 이글이면 역전 우승, 버디만 해도 연장에 갈 수 있었지만 1m 버디 퍼팅에 실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도 5번홀에서 파 퍼트를 할 때 볼이 움직여 1벌타를 받을지 모르는 압박감에 시달렸지만 이를 잘 극복했다. 경기위원이 끝날 때까지 판정 결과를 알려주지 않아 불안했지만 존슨은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갔고 경쟁자들이 줄줄이 타수를 잃는 사이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그의 약혼자 폴리나 그레츠키는 ‘아이스하키의 전설’ 웨인 그레츠키(캐나다)의 딸이다. 모델 겸 배우인 폴리나와 2013년 8월 결혼을 약속한 뒤 17개월 된 아들을 뒀다. 팬들은 “그레츠키와 약혼한 것만으로도 진정한 승자”라며 부러워하고 있다.
한편 이날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이어 클래식에서 김세영(23)이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를 연장전끝에 꺾고 우승했다. 시즌 2승을 달성한 그는 데뷔 2년 만에 통산 5승째를 기록했다. 세계랭킹 5위를 지킨 그는 리우올림픽 대표를 사실상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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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더스틴 존슨, 마침내 US오픈 정복
입력 2016-06-20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