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 “뭐가 대단해.”
“해마다 한 번씩 오지만 올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 “무슨 소리야.”
“스마트폰 말이야.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 보면 알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온통 ‘작은 기기’에 푹 빠져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해.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카톡’ 소리도 그렇고. 미국은 이 정도까지는 아니거든.”
미국에 사는 친구와 최근 나눈 대화다. 1년에 한 번은 한국을 찾는 이 친구는 한국의 스마트폰 광풍에 놀라는 빛이 역력했다. 실제 우리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 시장조사기관 업체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84.1%에 달한다. 아랍에미리트,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4위다. 5명 중 4명 이상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셈이다. 2009년 11월 스마트폰(아이폰3GS)이 국내에 처음 상륙할 당시 2%에 불과하던 것에 비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스마트폰으로 시작해 스마트폰으로 끝나는 ‘호모스마트쿠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거리를 걷는 사람을 좀비에 빗댄 ‘스몸비(smombie)’ 등 각종 신조어까지 속출하고 있다. 7년 만에 일상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은 ‘손안의 혁명’은 순기능도 많지만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숨 가쁜 질주가 한편으로는 짙은 그림자를 우리 사회에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람들은 하루 평균 4.6시간 정도 스마트폰을 이용한다. 심리적 역기능으로는 분노(42.9%) 짜증(40.5%) 불안(31.6%) 우울(30.5%) 공격성(13.5%) 등을 꼽았다. 신체적 역기능으로는 수면장애(45.0%) 안구건조증(43.1%) 목·손목·허리 통증(41.3%) 등을 들었다.
인간관계에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국제 학술지 ‘인간 행동과 컴퓨터’ 최신호에 실린 연구를 보면 스마트폰 중독이 가족은 물론 타인도 신경 쓰지 않게 되는 ‘퓨빙(phubbing)’ 현상을 더욱 높인다고 분석했다. 퓨빙은 전화기의 ‘폰(phone)’과 냉대라는 뜻인 ‘스너빙(snubbing)’을 합친 말로, 주변 사람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현상을 일컫는다. 영국 켄트대 연구팀은 궁극적으로 ‘퓨빙’이 인간관계를 단절시키는 매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연구를 이끈 카렌 더글러스 교수는 무언가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자제력 부족이 스마트폰에 빠지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가족, 이웃 등과의 관계 단절은 이기심을 낳게 마련이다. 사람과 사람이 아닌 ‘작은 기기’에 압도당한 ‘자아’는 갈수록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이기심은 거대해지고 결국은 여유와 배려까지 집어삼키게 마련이다. 최근에 벌어진 일련의 잔혹 범죄와 청춘들의 비극도 어찌 보면 이기심이 넘쳐나고 점차 깊이를 잃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괴물이 아닐까 싶다. 호흡이 짧은 모바일 기기에 길들여진 마음의 밭에서 배려와 양보는 발을 디딜 틈이 없어 보인다.
오늘도 거리에서,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사람들의 손놀림은 분주하다. 카톡의 숫자 ‘1’이 사라지지 않아 조급해한다. 카톡의 읽음 표시를 건드리지 않고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까지 나돈다. 아침에 일어나 잠들 때까지 그럴 것이다. ‘손안의 마약’에서 헤어나지 못한 우리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이제 우리의 마음속에서 즉흥적인 쾌락과 집단 조급증에 설 자리를 내줬던 묵직한 감동과 느림의 미학을 다시 끄집어낼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얼굴을 들어 반대편의 이웃과 눈을 한 번 맞추어 보면 어떨까. 따뜻한 가슴도 열어보자. 그럼 여유와 배려가 생각의 저 편에서 꿈틀댈 것이다.
김준동 사회2부장 jdkim@kmib.co.kr
[돋을새김-김준동] 스마트폰과 카카오톡‘1’
입력 2016-06-20 1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