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내 삶은 달라졌다. 애주가였지만 술을 끊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주도(酒道)를 배운 나는 술을 즐겨 마시곤 했다. 우리 집 홈바에는 각종 양주와 와인들이 즐비했다. 교회에 다녔지만 ‘예수님도 가나 혼인 잔칫집에서 물을 포도주로 바꾸셨으니’ 하며 편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와 함께 한경직 목사님의 설교 테이프를 들으면서 내 마음에 큰 움직임이 일어났다.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 오직 성령의 충만을 받으라”(엡 5:18)는 설교였다. 신앙생활을 경주하는 자에 비유하셨다. “경주자는 가벼운 옷으로 맨발로 달린다. 몸을 해롭게 하는 술을 즐기면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무거운 옷이나 모래주머니를 발목에 차고 달리는 것과 같다”고 말씀하셨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즉시 즐비하게 진열돼 있던 양주 30여병의 뚜껑을 하나씩 따서 싱크대에 쏟아 붓기 시작했다. 순간,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시원한 생수가 콸콸 터져 나오는 희열을 경험했다.
몇 년 후 항공기와 우주선에 사용되는 제트 엔진용 특수개발 니켈 합금을 연구하는 세계 최대 니켈 생산회사인 ‘인코중앙연구소’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그날 기술 담당 부사장인 레이몬드 데카 박사가 내게 좀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당신 종교가 무엇이오?” “크리스천입니다!” “나도 크리스천이오. 나는 다음 주 삼위일체에 대해 가르쳐야 하는데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조언해 줄 수 있겠소?”
이런 만남에 삼위일체를 말하다니, 좀 황당했다. “보이지 않은 4차원의 영적 세계를 보이는 3차원의 물질세계로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굳이 설명해 본다면 삼위일체의 하나님을 물의 속성과 비교해 볼 수가 있겠지요. 물의 분자 구조는 H O이지만 냉각이 되면 얼음 상태의 고체가 되고, 상온에서는 액체 상태의 물이 되고, 증발하면 수증기 상태의 기체가 됩니다. 이러한 물의 속성으로 성부 성자 성령의 다른 역할을 하시는 하나님을 설명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인코연구소에서도 하나님은 연구의 업적을 풍성히 주셨다. 제트엔진 고온재료로 당시 가장 탁월했던 MA6000을 개발, 미국산업연구상 IR-100을 수상하고 미국금속학회 특별회원으로 선정됐다.
인코중앙연구소로 온 지 얼마간 지나서다. 연구소장 비서인 틸리 오스가 다가와 반갑게 인사했다. “김 박사는 언제나 웃는 얼굴로 행복해 보이는데 무슨 비결이 있는지 궁금해요.” “나사에서 좋은 연구 경험을 쌓은 후, 일하고 싶었던 연구소에서 연구하고 있는데 왜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전부예요?” 순간 나는 중요한 비밀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내가 행복한 이유는 예수님을 나의 구주, 주님으로 모시고 살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틸리의 눈이 빛났다. 그녀는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것이다. “저는 우리 연구소에서 성경공부와 기도모임이 생기도록 25년 동안 기도해왔어요, 김 박사, 우리 둘이 시작합시다. 두세 사람이 모인 곳에 예수님도 함께 하신다고 했으니, 세 사람이 시작하는 겁니다.”
이튿날, 게시판에 광고가 붙었다. “매주 수요일 낮 12시 30분. 성경공부 모임 있음. 참석자: 예수님, 김영길, 틸리 오스.”
정리=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역경의 열매] 김영길 <7> ‘술취하지 말라’ 설교 듣고 양주 30여병 쏟아 버려
입력 2016-06-20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