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온의 영화이야기] <75> 폭력과 영화

입력 2016-06-20 20:17
‘내추럴 본 킬러’ DVD 커버

미국 올랜도의 동성애자 나이트클럽에서 일어난 최악의 총격사건으로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이 같은 현실의 폭력행위는 할리우드에도 충격파를 몰고 왔다. 할리우드 영화의 폭력성에 대한 비판의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 작가이자 감독인 마이클 쇼월터는 “폭력을 찬양하고 고무하는 할리우드에 화가 난다”면서 “영화도, 게임도 폭력을 당장 그만두라”고 일갈했다.

사실 할리우드는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폭력을 조장하는 주범으로 공격당하기 일쑤다. 영화와 폭력 간의 명확한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영화가 모방범을 만들어낸다거나 잠재적 폭력범에게 어떤 암시를 주는 등의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일례로 1999년 미국 콜로라도주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격사건은 1994년 만들어진 올리버 스톤 감독의 말썽 많았던 폭력영화 ‘내추럴 본 킬러’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주장이 강력히 대두됐다. 또 명장 스탠리 큐브릭이 만든 ‘클락 워크 오렌지(Clock Work Orange, 1971)’는 영화 개봉 당시 영국 전역에서 영화를 모방한 살인, 성폭행 등 범죄가 빈발하는 바람에 기겁을 한 큐브릭이 스스로 필름을 모두 회수하기도 했다.

게다가 1974년에 마이클 위너 감독이 찰스 브론슨을 기용해 만든 ‘추방객(Death Wish)’의 경우, 아내와 딸이 강도들에게 살해당하거나 성폭행당한 건축가 주인공이 직접 무장하고 악당들을 찾아내 복수한다는 이야기다. 흉악범죄에 시달리던 미국과 한국에서까지 크게 히트했지만 고무적인 측면이 있는 시민들의 자경(自警) 활동과는 별개로 법을 통한 정의 구현이 아니라 사형(私刑)을 통한 응징이라는 측면에서 폭력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럼에도 ‘Show Must Go On(쇼는 계속돼야 한다)’이라는 쇼 비즈니스 업계의 금언이 말해주듯 폭력영화는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게 거의 틀림없다. 폭력과 섹스야말로 가장 확실하게 돈 벌어주는 화수분이니까.

김상온(프리랜서 영화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