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들 중에 은혜를 받으면 “이제 세상일을 줄이고 주님의 일을 더 해야겠다”고 말하는 분들을 종종 만난다. 어떤 분들은 “조기 은퇴를 하고 이제부터는 하나님의 일만 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에게 ‘하나님의 일’이란 교회 활동 즉, 교회에서 맡은 일이나 제자화, 선교활동 등을 의미한다. 또 ‘전적인 하나님 일’이란 목회자나 선교사가 되는 것, ‘영적인 일’은 말씀 묵상과 기도, 새벽기도, 선교 아웃리치 등을 더 적극적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세상일’은 돈 버는 일, 직장생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의 일상생활을 일컫는다.
이들은 ‘주일 성수’를 강조하며 ‘일요일은 주님께 바치는 날’이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의 삶은 주님께 바치는 날이 아닌가. 주님과 크게 관계없는 날들인가.
중세 때에는 인간의 노동을, 세상을 살아가는 수단으로 생각했다. 그러기에 오직 수도사와 신부, 수녀만을 부름 받은 ‘신령한 직분’이라 여겼다. 그 외의 노동은 천박하거나 불가피한 일로 보았다.
이런 이분법의 고리를 끊은 이가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다. 그는 당시 성직자에게만 썼던 단어인 ‘베루프(소명)’를 일반 ‘직업’을 나타낼 때 사용했다. 직업이 단순 노동이 아니라 소명임을 천명한 것이다. 그는 성직자의 ‘소명(부르심)’과 마찬가지로 모든 직업은 ‘하나님으로부터 부여 받은 임무’라고 강조했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루터가 근대적 의미의 직업 개념을 창출했다고 평가했다.
많은 기독교인들은 본인이 하는 일 자체에 대해 ‘부르심’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물론 의사나 교사 변호사 등은 그 직업 자체가 갖고 있는 소명이 뚜렷해 기독교 가치관을 입히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러나 제조업 은행업 자영업에 종사하거나 엔지니어 공무원 사무직 및 생산직 근로자 등은 일터 속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일’이 ‘소명(부르심)’이라는 생각으로 거듭나야 한다.
◇약력=△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 교수 역임 △현 복음주의아시아연맹 여성분과위원장, 복음주의구약학회 부회장, 한국대학생선교회 이사 △현 FWIA(Faith & Work Institute Asia) 대표
[소명의 일터-김윤희] 세상 일? 하나님의 일?
입력 2016-06-20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