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버럭’ 오바마, 딱 찍혔네!

입력 2016-06-20 21:55
2011년 4월 6일 화가 잔뜩 난 표정의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양손을 허리에 짚고 공화당의 조 베이너 하원의장에게 의회에서 예산이 통과되지 않는 데 대해 따지고 있다. 오바마는 다른 참석자들의 시선을 의식해 베이너를 구석으로 데려와 설전을 벌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2013년 7월 29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백악관으로 초대해 식사를 하고 있다.(위) 오바마 대통령과 부인 미셸 오바마가 2009년 1월 20일 취임식 행사가 모두 끝난 뒤 엘리베이터 안에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갖고 있다.(아래)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중이던 오바마 대통령이 2014년 3월 28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존 케리 국무장관(왼쪽)과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푸틴의 발언을 함께 듣고 있다. 셋은 통화 직전에도 푸틴과 무슨 말을 할지 '작전회의'를 했다.(위) 2009년 4월 7일 오바마 대통령이 유럽 방문을 마치고 귀국비행 중이던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참모들이 대통령의 '이라크 깜짝 방문'을 최종 결정하는 장면. 백악관 참모들은 이 장면을 역대 가장 긴박했던 순간 중 하나로 꼽는다. 현 주한 미국대사인 마크 리퍼트(오른쪽 서있는 사람)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도 보인다.(아래)
오바마 대통령이 2013년 7월 29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백악관으로 초대해 식사를 하고 있다.(위) 러시아 방문에 나선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5월 20일 묵고 있던 모스크바의 호텔 옥상에서 크렘린궁을 바라보며 가족과 식사를 즐기고 있다. (아래)
오바마 대통령의 애완견 '보(Bo)'.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6개월 정도 남았다. 백악관은 지난 8년 동안 홈페이지에 오바마 대통령 재임기간에 벌어진 장면을 담은 사진자료를 공개했다. 이 사진은 미국 대통령이 어떤 일을 하는지, 백악관 내부는 어떤 모습인지, 역사적 사건이 벌어질 때 백악관의 표정은 어땠는지, 대통령의 해외출장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심지어 대통령의 사적인 행동과 가족에게도 카메라 렌즈는 다가갔다.

백악관 사진에는 회의 장면이 가장 많다.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소파에 걸터앉아 참모들과 스스럼없이 회의하는 모습, 자정이 넘은 시간에 편안한 차림으로 백악관 거실 역할을 하는 트리티룸에서 참모들과 토론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기밀’이라고 공개를 꺼렸을 만한 백악관 상황실도 세세히 보여준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쪽 벽이 커다란 모니터로 채워진 상황실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비롯해 해외 정상과 화상회의를 자주 진행했다. 국내외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이 이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중계돼 대통령의 상황 판단을 돕는다. 오바마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할 때 존 케리 국무장관과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이 바로 옆에서 함께 수화기를 들고 통화 내용을 듣는 장면도 이채롭다.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은 어떻게 생겼을까. 미국 국민도 에어포스원에 관심이 많기에 백악관은 에어포스원의 회의실과 응접실을 공개했다. 회의실 모습, 소파에서 편안히 대화하는 모습, 에어포스원에서 바라본 창밖 모습 등이 담겼다.

비공개 만남도 시간이 지난 뒤 공개되는 경우가 많다. 오바마 대통령이 국무장관을 하다 퇴임한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을 백악관 마당에 초청해 단둘이 식사를 하거나 연방예산 문제로 부딪힌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전 하원의장을 대통령 집무실 구석으로 데려가 언쟁하는 모습, 전직 대통령들을 불러 식사를 대접하거나 정치인들을 불러 맥주를 마시는 장면 등을 볼 수 있다.

해외순방에서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배려의 마음도 읽힌다. 세계 최고 대통령을 위해 각국이 준비한 식사나 의전을 확인할 수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선 크렘린궁이 내려다보이는 호텔 옥상에서 대통령 식구들만 오붓하게 식사하는 장면도 부러움을 자아낸다.

‘연설을 잘하는 대통령’ 오바마가 연설문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도 알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담당 참모와 수시로 연설문을 첨삭하는 모습이나 대통령이 직접 쓴 연설 원고도 보여준다. 누구나 그렇듯 연단에 오르기 직전 무대 뒤에서 초조한 표정으로 기다리는 대통령의 모습도 그대로 공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소소한 일상도 보여준다. 주변 멕시코 식당에 음식을 사러 가거나 자녀들과 서점에 가서 책을 사는 모습, 커피잔을 들고 백악관 인근 정부청사까지 걷는 장면, 자녀들과 TV를 보거나 미셸 오바마 여사와 포옹하는 사진도 여럿이다. 백악관의 인테리어를 볼 수 있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대통령이 물려 쓰는 책상 레졸루트 데스크(resolute desk)의 화려한 문양이 인상적이다. 이 책상은 1880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19대 러더퍼드 헤이스 대통령에게 보낸 선물이다. 백악관의 응접실 소파, 카펫,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춘 실내장식, 대통령이 쓰는 실버웨어도 눈길을 끈다. 국민에게 백악관의 사계절을 보여주려는 사진도 많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따라 백악관 풍경이 달라진다. 백악관 안에서 꿀벌을 키우고 꿀도 따는 장면도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의 애완견 보(Bo)도 여러 차례 보인다. 대통령이 차에 보를 태우고 다니는 모습이나 함께 산책하는 사진이 많다. 역대 대통령도 대부분 애완견을 돌봤지만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작은 조랑말을 키웠고, 빌 클린턴 대통령은 고양이와 함께 살았다.

백악관 사진은 대통령을 더 돋보이게 한다. 국민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알리려고 공개한다. 그렇지만 미국 국민은 ‘소통’ ‘불통’ 같은 답답한 이야기를 하며 사진을 보지 않는다. 친구 집에서 가족 앨범을 보며 수다를 떨 듯 대통령이 사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한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