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원정도박’ 캘 때 현직 검사가 정보 흘렸다

입력 2016-06-20 04:00
현직 검찰 간부의 뇌물수수 혐의가 드러나는 등 '정운호 법조비리' 파문이 검찰 내부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상습도박 혐의로 지난해 10월 구치소로 송치되는 모습. 뉴시스

검찰이 지난해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해외 원정도박 수사 당시 현직 검사가 수사 관련 정보를 정 대표 쪽에 흘려준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부장검사를 지낸 다른 검찰 간부는 정 대표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이미 입건된 상태다. 2012년 11월 ‘김광준 검사 사건’ 이후 3년7개월 만에 다시 ‘뇌물검사’ 사건이 불거진 것이다.

현직 검사가 수사 상황 누설 의심

‘정운호 법조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이모(45) 검사가 지난해 8∼10월 진행된 정 대표의 상습도박 수사 상황 정보를 외부에 누설한 정황을 확인했다. 이 검사가 친분 있는 대기업 임원 A씨의 부탁을 받고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의 수사 진행 내용 등을 A씨에게 알려줬다는 의혹이다. 이 검사는 다른 정부기관에 파견근무 중이었다.

검찰은 당시 수사팀과 정 대표 측 브로커 이민희(56·구속 기소)씨 등의 전화통화 내역을 추적해 왔다. 수사 주임검사가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 검사와 수차례 통화한 기록을 발견해 이 검사 주변으로 조사를 확대했다고 한다. 이 검사는 홍만표(57·구속) 변호사, 브로커 이씨와 고교 동문이다. 이 검사와 A씨, 정 대표 등이 함께 식사를 한 단서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이 검사나 관련자를 불러 조사하지 않았다. 사실관계가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3년7개월 만에 또 불거진 ‘뇌물검사’

특수1부는 서울고검 소속 박모(54) 검사도 변호사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박 검사는 지난달 뇌출혈 증상으로 입원한 뒤 출근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담당 의사에게 조사가 가능한 상태인지 확인해 소환 일정을 잡으려 한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정 대표의 돈 심부름을 한 것으로 지목된 최모(52)씨를 지난 16일 체포했다가 석방했다. 검찰은 정 대표로부터 “최씨를 시켜 박 검사에게 1억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뒤 최씨 검거에 나섰었다. 검찰이 박 검사의 혐의 입증에 필수 인물인 최씨를 1박2일 조사 후 풀어준 것은 그에게 필요한 진술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여러 정황상 최씨의 ‘배달사고’ 가능성은 낮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정 대표가 2010년 서울지하철 상가 임대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무마하기 위해 감사원 고위 관계자에게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본다. 감사원은 2010년 5월부터 서울역 등 70개 역사 내 매장 100곳을 묶어 임대하는 서울메트로의 ‘명품 브랜드 사업’과 관련해 집중 감사를 진행했다. 정 대표는 해당 사업을 낙찰받은 S사를 같은 해 1월 14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감사원 감사에서 S사의 부정 입찰 사실이 발각돼 계약이 해지되면 정 대표가 추진하던 지하철 매장 사업도 큰 타격이 예상되던 상황이었다.

정 대표는 지인 최씨를 통해 박 검사를 로비 창구로 삼기로 했다. 검찰은 박 검사가 감사원 국장이던 자신의 고교 선배에게 부탁하겠다는 명목으로 1억원을 챙긴 것으로 의심한다. 박 검사가 실제 감사원 쪽에 감사 무마 청탁을 했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현직 검찰 간부가 대가성 있는 뒷돈을 챙겼다가 수사선상에 오른 것은 김광준(55) 전 검사 이후 3년7개월 만이다. 김수창 특임검사팀은 2012년 11월 서울고검 소속이던 김 검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알선수재 혐의로 구속했었다.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측근, 기업체 등으로부터 10억여원을 수수한 혐의였다.

지호일 황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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