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법조비리’ 사건의 핵심 브로커 중 한 명인 이동찬(44)씨가 잠적 50여일 만에 체포됐다. 이씨는 최유정(46·여·구속 기소) 변호사의 현직 판·검사 로비 내막을 소상히 알고 있을 인물로 꼽힌다. 정체 상태였던 관련 수사의 돌파구가 마련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씨는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이씨는 ‘누군가의 신고’로 덜미를 잡혔다. 경기도 남양주경찰서는 지난 18일 오후 9시10분쯤 “지명수배자(이씨)가 남양주 시내 한 커피숍에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을 급습했다. 당시 CCTV에는 당황한 이씨가 경찰을 피해 커피숍 2층 테라스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현장에는 검찰수사관 출신이자 이숨투자자문 상무로 활동한 강모씨도 있었지만 강씨는 경찰이 이씨를 쫓던 틈을 타 현장을 빠져나갔다. 강씨는 법조비리 연루 의혹과 함께 이씨의 도피를 돕고 있다는 의심을 받던 인물이다. 검찰 관계자는 19일 “신고자의 신원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구치소에 있는 이씨가 수사팀 출석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막무가내 식으로 버티는 중”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씨 검거 직후 커피숍 인근에서 그가 은신했던 아파트를 찾아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 관계자는 “휴대전화 2대 등 소지품을 압수해 통화·문자 내역 등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가 검거되며 답보 상태였던 최 변호사의 로비 의혹 수사도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최 변호사와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연결한 시발점이었다. 최 변호사가 이숨투자자문 운영자 송창수(40)씨 사건을 수임하는 과정에도 개입했고, 최 변호사를 밀착 보좌하면서 수임료 협상 창구 역할도 했다.
검찰은 이씨가 경찰, 금융감독기관 관계자 등에게 뒷돈을 주며 ‘관리’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이씨는 지난 4월 정 대표와 최 변호사 간 폭행 시비가 불거지자 직접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후 경찰 현장조사에 동행하고, 정 대표가 사건 담당 경찰서 교체를 요청하자 ‘계속 강남서가 수사해 달라’는 의견서를 내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을 비롯해 이씨가 접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유관부서를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씨가 사건 소개비로 수억원을 별도로 챙기고, 최 변호사가 송씨에게 받은 수임료 50억원 중 상당액도 챙겨 달아났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20일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양민철 황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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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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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판·검사 비리 의혹 수사 탄력받는다… 핵심 브로커 이동찬 잠적 50여일 만에 체포
입력 2016-06-20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