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강속구 극복했나

입력 2016-06-19 21:39

메이저리그(MLB)에서 강속구란 시속 95마일(153㎞) 이상을 의미한다. 93마일(150㎞)은 대다수의 투수가 던지는 볼이고, 강속구 투수가 되려면 적어도 평균 95마일 이상을 던져야 한다. 그런 빅리그에서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사진)는 데뷔이후 단 한번도 강속구를 공략해 안타나 홈런을 쳐본 적이 없었다. 홈런은 많지만 타율이 0.200을 겨우 넘어 MLB 최하위권에 머무는 이유다.

그런 그가 시속 96마일(154㎞) 패스트볼을 때려 시즌 12번째 홈런을 만들었다. 강속구 타율 ‘제로’의 반쪽짜리 선수 신세였던 박병호가 드디어 ‘MLB표’ 패스트볼에 적응한 걸까.

빅리그에서 타자로서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강속구를 쳐내야 한다.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MLB에서도 손꼽히는 ‘패스트볼 히터’다. 어떤 선수보다 강속구를 노리고, 이걸 쳐내 장타로 연결하는 능력! 두 선수가 팀에서도 상위권 타순에서 누구보다 신뢰받는 타자인 이유다.

그동안 박병호는 구속이 느린 변화구만을 안타로 연결했다. 모든 투수들이 그에겐 코너워크가 제대로 구사된 95마일 이상 강속구를 던지려 하는 것도 이런 그의 트라우마를 알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19일(한국시간) 미네소타의 홈구장 타깃필드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메이저리그 경기에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시즌 11호 홈런을 때린 지난 9일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경기 이후 다시 부진했다. 여섯 경기에서 23차례 타석에 들어섰으나 단 2개의 안타에 그쳤다. 6경기 타율이 고작 0.086. 상대 투수들의 강속구에 박병호는 속수무책이었다. 연신 헛스윙을 하며 삼진을 당하기 일쑤였다. 6경기 동안 11개의 삼진을 기록했다.

그런 그가 7경기 만에 다시 홈런포를 가동했다. 미네소타가 1-0으로 앞선 4회말 2사 주자 3루 상황이었다. 박병호는 양키스 선발투수 마이클 피네다의 초구 시속 96마일 포심 패스트볼을 노렸다. 타구는 122m를 날아 우중간 담장을 넘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박병호가 올 시즌 처음으로 95마일 이상의 공을 때려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경기가 끝난 뒤 박병호는 “두 번째 타석에서 직구를 노렸는데 원하던 결과를 얻었다”며 “자신감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미네소타 폴 몰리터 감독은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투수들에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계속 지지 의사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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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