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의 반전… 부동층 움직인 덕에 ‘잔류’ 우세

입력 2016-06-20 04:00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나이젤 패라지 영국 독립당 대표가 살해당한 조 콕스 하원의원을 기리기 위해 17일(현지시간) 런던 국회의사당 광장에 놓인 추모 꽃다발 앞에서 헌화하고 있다. AP뉴시스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를 호소하던 노동당 소속 조 콕스 하원의원이 피살된 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찬반여론이 ‘잔류’로 기울고 있다. 큰 흐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찬반 차이는 여전히 근소해 오는 23일 국민투표를 앞둔 막판 홍보전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여론조사 기관 서베이션이 17∼18일 실시한 조사결과 응답자의 45%가 브렉시트에 반대했다. 찬성 응답자는 42%였다. 다른 기관인 유고브가 16∼17일 실시한 조사에서도 잔류 44%, 탈퇴 43%였다.

이는 피살사건 전까지 대부분 조사에서 탈퇴 의견이 잔류보다 3∼7% 포인트 높았던 것과 비교된다. 콕스 의원에 대한 동정 여론이 일고, 살해범이 극우파 남성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류가 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부동표다.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유고브가 16∼17일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잔류와 탈퇴 의견은 44% 대 43%였고 10%는 의견을 정하지 못한 부동표였다. 부동층 10%에게 더 물어보니 36%가 잔류 쪽으로 기운다고 했다. 탈퇴 쪽에 기운다는 의견은 28%였다.

부동표 변화는 콕스 의원 피살사건이 직접적 영향을 미친 때문이다. 피살사건 이전 10건의 여론조사에서 부동표는 대부분 한 자릿수로 줄었다. 그러나 사건 이후 다시 두 자릿수로 늘어나 표심 변화를 방증했다. 17∼18일 서베이션 여론조사에서는 부동표가 13%였다.

사건 이후 사흘간 찬반 캠페인을 중단했던 양 진영은 일요일인 이날부터 여론전에 다시 돌입했다. 특히 콕스 의원 피살사건이 홍보의 주된 소재가 됐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선데이 텔레그래프에 “23일 투표에서 잔류를 선택해야 민주주의가 완성된다. 그게 숨진 콕스 의원이 지향했던 것이다”라고 밝혔다. 캐머런 총리는 선데이 익스프레스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을 기고했다.

반면 탈퇴 운동을 주도하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더선과의 인터뷰에서 “EU를 탈퇴해야 이민자 문제를 통제할 수 있다. 이민자 문제가 해결돼야 극단주의자들의 총구를 막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EU 탈퇴는 일생일대의 절호의 기회”라고 덧붙였다.

언론사들의 대리전도 치열했다. 선데이타임스와 선데이 텔레그래프는 국민들에게 ‘탈퇴’를 주문했고, 더타임스와 더메일은 ‘잔류’를 권했다.

콕스 의원 피살사건은 남은 사흘간의 캠페인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AP통신은 “피살사건 이후 역풍을 우려해 최대한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의회가 20일 콕스 의원 추모식을 갖는 등 각지에서 추모가 예정된 점도 적극적으로 캠페인을 전개하는 데 부담 요인이다.

한편 콕스 의원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토머스 메이어(52)는 18일 법원에서 자신의 이름이 ‘반역자에게 죽음을, 영국에 자유를’이라고 주장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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