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충남 당진 합덕에 자그마한 교회를 개척해서 약 4년 동안 섬겼습니다. 최근 그 교회의 설립 25주년 기념식 및 임직식에 초대 받았습니다. 예배당에 도착했을 때 행사 리허설 중인 권사 후보 한 분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분은 임직식이 진행되는 내내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제가 아는 그분은 단단한 마음의 소유자셨습니다. 과거 교회 다니면서도 계속 술을 마시는 남편에게 “그러면서 교회는 왜 다니느냐”고 수시로 책망했습니다. 신앙생활의 과정은 인정하지 않고 결과만 놓고 남편을 평가했던 분입니다. 아내에게 인정받지 못한 남편의 그림자를 많이 보았습니다. 제가 떠난 후 남편은 돌아가셨고, 그분은 신앙생활을 하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몇 해 전 그분을 만났던 기억이 납니다. 어느 날 그 교회가 그리워 찾아갔습니다. 예배당이 보이는 곳에 차를 세우고 기도했습니다. 감동의 눈물이 났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가려는데 더 이상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다는 그분이 생각났습니다. 한 번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조심스러웠습니다. 목회자라도 혼자 사는 여성의 집을 방문하는 것은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석자를 모실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아내도 동네 사람들도 오해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고 그 집 문을 두드렸습니다. 얼마나 놀라던지 제가 더 놀랐습니다. 안부를 여쭙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 후 복음 제시를 하고 서둘러 나왔습니다. 영접은 하셨지만 일 많고 바쁘단 이유로 주일성수는 하지 않으셨던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분의 마음 판에 뿌려진 복음의 씨앗이 자라게 하셨습니다. 몇 년 후 예배자로 하나님을 섬겼고, 임직식에서 권사님이 되셨습니다.
임직식을 마치고 읍내로 나가 그 시절 함께했던 목사님 몇 분과 차를 마시고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어디쯤 가고 계세요.” 그분이었습니다. 제게 줄 것이 있다며 차도 없고 운전도 못하는 분이 다른 분 도움을 받아 오시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택배로 보내시라 해도 소용없었습니다. “목사님 저 이제 주일에 교회 안 빠지고 신앙생활 잘할 겁니다.”
돌아오는 길에 감동이 가득했습니다. 때를 얻든 못 얻든 항상 말씀을 전하라고 하셨는데 그냥 지나쳤다면 그 영혼이 구원받지 못할 뻔 했습니다. 복음을 전할 적기는 없습니다. 복음을 전하기 위해 전도자로 준비되는 때도 없습니다. 전해야 준비됩니다. 지금이 적기입니다. 후회 없이, 후퇴 없이 사는 것이 전도자의 길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고 그분의 재림이 오늘이라 생각하며 주님의 길을 가야 합니다. 결과는 주님께 맞기고 종은 오늘도 일할 뿐입니다.
안성우 목사 <일산 로고스교회>
◇약력=△서울신대 신대원 졸업 △현 코스타(KOSTA) 강사, 서울신대 외래교수, 일산 기독실업인회 지도목사
[나의 목회 이야기] 최고의 선물
입력 2016-06-20 2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