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산업을 아우르는 키워드로 ‘볼먹잘놀살탈’을 꼽는다. 볼거리, 먹거리, 잘 곳, 놀거리, 살 것, 탈 것 등을 말한다. 모두가 중요한 과제이긴 하지만 국가와 지역별로 어떤 부문의 매력을 앞세울 것인가는 전략적으로 접근할 문제다. 특화된 관광자원의 성격, 지리·문화·역사적 조건, 교통과 숙박 인프라 등을 감안해 장단점을 두루 따져 장기적 안목을 갖고 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게 바람직하다.
우리나라에는 볼 만한 게 없다고 흔히들 탄식한다. 관광대국이나 세계 유수의 자연·역사자원에 비해 규모나 연륜, 웅장함 등에서 뒤처진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매력의 기준에 그런 것들만 있는 건 아니다. 천편일률적 기준과 차별화된 독특함과 개성을 다른 즐길거리와 연계하면 그것이 오히려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도 있다. 꼭 한류 붐에 편승한 것이 아니더라도 아기자자기한 체험과 참신한 스토리텔링, 그리고 제철의 지역특산 음식 등은 그것 자체로 관광 상품의 소재가 된다. 보령의 머드축제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기 어려운 부드러운 모래 갯벌을 십분 활용해 훌륭한 ‘놀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외국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의 관광이라고 하면 늘 서울의 고궁과 쇼핑가, 제주도, 기껏해야 경주 정도만 소개된다. 예컨대 ‘대한민국 관광 일번지’를 자처하는 강원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강원도 방문 비율은 2011년 11.1%에서 매년 감소해 지난해에는 6.4%에 그쳤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은 3.8%에 불과했다. 그나마 외국인 셋 중 둘은 남이섬이 목적지였다. 약발이 수년에 그치는 한류에만 의존해서는 한계가 뻔함을 알 수 있다.
정부가 17일 내놓은 관광정책 경쟁력 강화 대책에는 이런 고민들이 충분히 담기지 않았다고 본다. 새로운 콘텐츠라고 내세운 ‘코리아 둘레길’의 경우 표지판 세워놓는다고 외국인이 찾겠는가. 차라리 뚜렷한 주제를 내세워 DMZ 평화누리길 하나에 공을 들이는 게 낫다. 탁상행정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무엇보다 지자체별 특성과 계절별 특산물 및 풍광에 주목하고, 탐방객을 참여시키는 체험 프로그램을 이에 연계시키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순천시는 순천만의 작은 갯벌을 잘 보전해서 흑두루미 등의 ‘볼거리’와 갈대밭 걷기 등 ‘놀거리’로 외연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서천과 강화, 인천 갯벌의 철새탐조 관광 상품이 왜 안 나오나. 관광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의 협력, 꼼꼼한 현장조사와 학제적 연구가 필요하다. 인문학과 자연과학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국책 연구기관을 상대로 공모를 통해 태스크포스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긴 안목으로 예산과 인력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사설] 탁상공론보다 특화된 관광상품을 개발해라
입력 2016-06-19 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