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에 이어 공기청정기 필터의 유해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전자업계는 공기청정기 필터 무상 교체를 내걸고 진화 작업에 나섰지만 정수기나 에어컨 등 다른 전자기기로 파문이 번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다음달 중순 정부의 1차 전수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소비자의 불안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논란은 쿠쿠전자와 대유위니아의 일부 공기청정기 필터에서 옥틸이소티아졸리논(OIT)이 검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OIT는 애경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간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계열의 성분이다. 입으로 먹거나 피부에 닿으면 유해하며, 어류 등 수생환경에도 유해한 물질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4년 OIT를 유독물질로 지정하고 유해성을 심사하는 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국제적인 화학물질 분류기준에 따라 OIT가 1% 이상 들어간 혼합물은 독성이 있는 것으로 분류된다. OIT가 방부제, 방충제 등 15종 위해화학물질 제품에 들어갔다면 환경부가 해당 제품의 안전성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에어컨과 공기청정기는 전기용품 안전관리법에 의해 산업통상자원부 관리를 받지만, 필터는 관리대상에서 빠져 있다. 환경부도 별도로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필터를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안전기준이 없다.
현재까지 OIT가 함유된 필터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업체는 쿠쿠전자와 대유위니아, LG전자 등 총 3곳이다. 공통점은 한국 쓰리엠(3M)이 제작한 필터를 공기청정기에 도입했다는 것이다. 쿠쿠전자(0.11%)와 대유위니아(0.076%), LG전자(0.05%) 모두 환경부 허용 기준인 OIT 함유량 1%에는 훨씬 못 미친다는 입장이지만 고객이 원하면 OIT가 함유되지 않은 필터로 무상 교체해 주기로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생산하고 있는 공기청정기 제품에선 OIT가 포함된 필터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며 “과거 생산된 제품 중 일부 제품에 적용된 필터에서 OIT가 검출돼 자체 조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나머지 업체도 적극 해명에 나섰다. 코웨이는 자사 제품을 대상으로 OIT 검출 조사를 한 결과 OIT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M 필터를 쓰지 않고 있고, 제품 필터 원단에 무기향균제를 혼합했기 때문에 OIT 살균제를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우선 OIT가 함유된 것으로 알려진 공기청정기와 차량용 에어컨 필터 제품의 안전성을 조사해 다음 달 중순 1차 검증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제품에 대한 OIT 방출량 실험, OIT 독성정보 수집, 노출시나리오 작성, 위해성평가 등이 진행된다. 1차 검증결과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공기 중 농도와 흡입 노출률 등 실제 사용조건에서의 위해성 평가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해 정밀검증도 실시할 계획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의 불똥이 공기청정기를 넘어 에어컨과 정수기 등 다른 기기로 퍼질까 걱정된다”며 “정부 발표 전에 각 업체가 자체 조사를 벌여 안전성을 우선 입증하려고 할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박세환 전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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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기·에어컨도? 소비자 불안, 업체는 전전긍긍
입력 2016-06-19 19:13 수정 2016-06-21 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