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천경자 화백의 평전 ‘찬란한 고독, 한의 미학’(미술문화·표지)이 출간됐다. 저자 최광진(54·사진)씨는 미술평론가로 1995년 호암미술관 큐레이터 신분으로 ‘천경자 전’을 기획한 인연으로 천경자 연구에 매달려온 국내 대표적인 ‘천경자 전문가’이다.
최씨는 19일 전화 인터뷰에서 “평론가로서 작가의 작품세계를 미학적으로 규명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평전을 소개했다. 그는 “천경자의 대표작을 ‘미인도’라고 아는 사람도 있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천경자를 대중 작가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번 책에서는 한과 신명이라는 한국인의 정서가 회화적으로 풀어져 나온 게 천경자 예술의 핵심이라는 점을 조명한다”고 덧붙였다.
저자는 책에서 샤갈이나 고갱, 루소, 프리다 칼로 같은 서양 작가들과 비교하면서 천경자 작품의 미학적 가치를 추출해낸다. “미학적으로 샤갈의 환상적인 화풍이나 고갱과 루소의 원시주의적 작품에는 삶에서 비롯된 자신이 실존적 불안과 고독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또 프리다 칼로의 작품에는 불행한 자신의 실존적 고통이 절절하게 반영되어 있지만, 그것을 초월하고자 하는 환상과 낭만이 부재한다.” 이들과 달리 천경자는 “자신의 고통스런 실존과 환상적인 낭만을 공존”시켰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위작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미인도’와 관련해서는 책 끝에 따로 60여 페이지 분량의 ‘부록’을 수록해 ‘미학적 감정’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미학적 감정이란 작가의 미학과 작품세계를 기준으로 그림의 진위를 따져보는 것이다. 최씨는 “천경자라는 작가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자신의 혼을 실어 그린다는 것”이라면서 이런 특이성을 바탕으로 ‘미인도’를 분석할 때 눈(강렬하다/힘이 없다), 색채(다채롭고 선명하다/단순하고 지저분하다), 꽃(경쾌하다/투박하다), 안료(굵은 암채/고운 분채), 제작기간(3∼4개월/3∼4일) 등 11가지 부분에서 차이가 발견된다며 ‘미인도’가 위작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또 자신이 ‘미인도’를 그렸다고 주장하는 권춘식씨는 실제 위작자가 아닐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가 권씨에게 두 차례 ‘미인도’의 그림 크기를 물어본 적이 있는데, 권씨가 두 번 다 ‘8호’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미인도’의 실제 크기는 ‘4호’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고 천경자 화백 평전 ‘찬란한 고독, 한의 미학’ 펴낸 최광진씨
입력 2016-06-19 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