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헤드’ 신곡 듣다 봉변… 터키 한인 레코드숍 피습

입력 2016-06-19 18:30 수정 2016-06-19 18:33
한국인이 운영하는 터키의 한 레코드 가게에서 영국 록밴드 ‘라디오헤드’의 신곡을 듣던 팬들이 기습을 당했다.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해야 하는 이슬람교 성월(聖月) 라마단 기간에 음악을 즐기고 술을 마셨다는 이유에서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19일(현지시간) 터키 남성 20여명이 지난 17일 밤 이스탄불의 레코드 가게 ‘벨벳인디그라운드’에 들이닥쳐 기물을 파손하고 시민을 폭행해 최소 2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현장에선 라디오헤드 팬들이 모여 신보 ‘어 문 셰이프드 풀(A Moon Shaped Pool)’을 듣고 있었다. 5년 만에 발표한 정규 앨범을 전 세계 300곳에서 함께 듣자는 취지에서 열린 행사였다. 벨벳인디그라운드는 한인 교포 이서구씨가 운영한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듣던 팬들은 갑자기 파이프와 술병을 들고 나타난 일당에게 둘러싸여 폭행당했다. 이들은 “라마단 기간에 부끄럽지도 않냐”고 소리를 지르면서 “상점을 불태우겠다”고 협박하고 의자와 문을 내리쳤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페리스코프를 이용해 습격 과정을 온라인에 생중계하기도 했다.

현장에 있었던 한 시민은 “우릴 죽이려고 작정한 것 같았다”며 “라디오헤드의 곡 ‘위얼드 휘시스(Weird Fishes)’를 들으며 춤을 추던 중 이유도 모른 채 병으로 머리를 얻어맞았다”고 진술했다. 이슬람교에서 음주는 일반적으로 금기시되지만 법에 명문화한 곳은 소수다. 이번 행사 또한 문제가 없었다.

경찰은 현재까지 가담자 3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시민 500여명은 18일 사건 발생 인근 거리에서 폭력적 습격에 항의하고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규탄하는 시위를 열어 경찰과 충돌했다. 라디오헤드는 “폭력적인 불관용이 모두 사라져 먼 과거의 일이 되는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터키에선 최근 극우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사회적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터키 정부는 오는 26일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동성애자들의 행진도 극우성향을 띠는 이슬람 청년 그룹의 테러가 예상된다며 금지시켰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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