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강하다. 트럼프는 1999년 부친 장례식에 모인 추모객들에게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의 가장 큰 업적은 총명한 아들(도널드 트럼프)을 길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사업체나 판매하는 상품마다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고, 자신의 이름을 딴 대학을 설립했다. 전용 비행기에도 자신의 이름을 큼지막하게 박아넣을 만큼 자기애가 강하다. 하워드 가드너 하버드대 교수는 트럼프의 캐릭터를 ‘나르시시즘(Narcissism)이 강한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자기애’ ‘자아도취’ ‘자기중심주의’ 등이 강한 사람은 성장 과정에서 결핍을 경험했거나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왕성하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그웬다 블레어는 ‘트럼프 가문(The Trumps)’에서 ‘트럼프가 군사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이나 교사들에게 인기가 없었고 절친도 없었는데, 권투나 풋볼처럼 상대를 꺾어야 하는 경쟁에서는 유독 친구들 사이에 승부욕이 강했다’고 썼다. 댄 맥아담스에 따르면 역대 미국 대통령 중 1828년 제7대 앤드루 잭슨 대통령이 트럼프와 유사한 기질이 있었다. 괴팍하고 불같은 성격의 잭슨은 평생 18번 결투를 했고, 그 바람에 몸에 총알이 남았을 만큼 타인에 대한 공격 성향이 강했다. 자신의 취임식 때는 농부나 서민들을 초대해 백악관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워싱턴의 귀족들을 경악시켰다.
트럼프의 거칠고 공격적인 성향은 아버지와 군사학교가 키웠다. 아버지는 임대료를 받으러 세입자 집을 방문할 때 어린 트럼프를 데리고 다녔다. 트럼프는 아버지가 초인종을 누를 때마다 문 옆으로 한 발짝 비켜서는 이유를 물었다. 아버지는 “언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버지는 “강하게 커야 한다”며 아들을 군사학교에 진학시켰다. 트럼프는 훗날 “군사학교 교관들은 사정없이 두들겨팼고, 살아남으려면 강해져야 했다”고 술회했다. 이런 성장 과정은 트럼프를 ‘세상은 위험한 곳이며 언제나 싸울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 공격적인 사람으로 만들었다. 트럼프의 공격적이고 화끈한 화법은 그를 스타로 만들었다. 리얼리티TV쇼 ‘더 어프렌티스’에서 트럼프는 “맨해튼은 거친 정글”이라며 “조심하지 않으면 당신을 물어뜯고 씹어 삼킬 것”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자신에게 항의하는 시위대를 “거칠게 다루라”고 주문하는 등 공격 성향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비판적인 언론과 라이벌에게는 ‘패배자’라는 딱지를 붙였다.
트럼프의 공격적 성향이 실제 전쟁을 불사하는 지도자와는 거리가 멀다는 분석이 있다. 데이비드 윈터 미시간대 심리학 교수는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취임연설을 보면 힘을 중시하고 공격 성향을 드러내는 대통령들이 오히려 전쟁을 벌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맥아담스는 ‘어틀랜틱’ 6월호에 실은 ‘트럼프의 정신’이라는 글에서 트럼프가 자기애가 강한 반면 타인과의 공감능력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생애를 통해 국가 비전을 투영하고 제시하는 서사 능력은 약하다고 진단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술에 찌든 망나니에서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거듭나는 인생을 통해 미국의 부활을 이끄는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마틴 루서 킹의 뒤를 이어 흑인 인권을 수호하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부잣집 도련님으로 성장한 트럼프는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없어 협상가와 싸움꾼 외에는 국가 비전을 제시하는 이미지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맥아담스의 분석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뉴스룸에서-전석운]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트럼프
입력 2016-06-19 1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