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도 인연’… 美 캐롤라인 중학교의 한국사랑

입력 2016-06-20 04:00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밀포드의 캐롤라인 중학교 역사동아리 수업에 참관한 신경수 주미대사관 국방무관(육군소장)과 한국전쟁 참전용사들. 앞줄 오른쪽부터 신 소장, 윈프레드 클라크, 존 클래터바우, 짐 체이스, 그레이엄 넴스. 맨 뒷줄 왼쪽의 붉은 상의를 입은 여성이 새라 깁슨 교사다.
학생들이 교내에 조성한 한국전쟁 기념공원의 동판.
북위 38도에 위치한 미국 버지니아주 밀포드에 있는 캐롤라인 중학교에는 한국전쟁 기념공원이 있다. 4년 전 이 학교 역사동아리 학생들이 한국전쟁을 공부하다가 휴전선과 캐롤라인 중학교의 위도가 같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학교 안에 공원을 만들었다. 이후 한국전쟁 기념공원은 밀포드의 명물이 됐다. 한국은 이 학교 역사동아리의 단골 주제다.

지난 15일 오후 4시(현지시간) 이 학교 1층 도서관에는 역사동아리 모임이 한창이었다. 한국전쟁 발발 66주년을 앞두고 백발이 성성한 80, 90대 한국전 참전용사 4명이 학생들과 둘러앉아 토론을 하고 있었다.

1학년 애덤 스완톤은 휴전선을 38선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물었다.

행사에 초대받은 주미대사관 신경수 국방무관(육군소장)은 “미국과 소련이 북위 38도 북쪽과 남쪽에 각각 진주하면서 군사분계선이 생겼다. 1953년 휴전으로 지금 위치가 굳어졌다”고 설명했다.

신 소장이 “당시 한국 산악지대는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내려갔지만 병사들은 추위를 막을 옷이 없었다”며 “워싱턴DC 한국전쟁 기념공원 ‘판초를 걸친 군인들’ 조각상의 판초는 비가 아니라 추위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하자 아이들은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윈프레드 클라크(84)씨는 1953년 경기도 연천에서 벌어진 포크찹힐 전투의 치열했던 상황을 들려준 뒤 “어린 학생들이 한국전쟁에 관심을 가져 고맙다”고 했다.

캐롤라인 중학교는 주민이 2400여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 밀포드의 유일한 중학교다. 전교생 1000여명 중 한국은 물론 아시아계조차 없다. 그러나 북위 38도선이 한반도와 캐롤라인 중학교를 함께 지나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학생들은 한국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학교 안에 한국전쟁 기념공원이 생긴 뒤 동아리 활동의 절반은 한국사 토론으로 채워졌다. 최근에는 ‘한·미동맹’ ‘한·미 FTA’를 주제로 발표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지도교사 루스 주드(55·여)씨는 “한국의 역사는 알면 알수록 놀랍다”며 “정규 수업에서는 미국사를 가르치지만 동아리 활동을 지도하면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시크릿 가든’ 같은 한국드라마를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귀띔했다.

토론을 마친 뒤 학생들은 학교 안 한국전쟁 기념공원으로 이동했다. 공원 한가운데는 성조기와 교기가 달린 게양대 아래에 한반도 동판이 있었고, 무궁화꽃이 활짝 핀 가장자리에는 38선이 선명한 한반도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참전용사들과 아이들은 손에 손을 잡고 둥글게 원을 그렸다.

참전용사 존 클래터바우씨는 “젊은 세대가 한국전쟁을 잊지 말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도록 해달라”고 기도했다. 신 소장은 “이 아이들은 자라서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훌륭한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한국과 한국 역사에 관심을 가져줘 고맙다”고 사례했다.

글·사진=밀포드(버지니아) 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