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뮤지컬 ‘페스트’는 서태지 음악으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7월 22일 개막하는 이 작품은 지난달 1차 티켓 오픈과 동시에 예매율 1위에 올랐다. 그동안 국내 주크박스 뮤지컬은 성공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페스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A : 왕년의 히트곡으로 만든 뮤지컬을 ‘주크박스 뮤지컬’이라고 한다. 동전을 넣으면 유행하는 노래를 들려주던 기계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대중성을 검증받은 노래를 무대 문법에 맞춰 재구성한 주크박스 뮤지컬은 뮤지컬영화에서 종종 사용되던 형식이다. 관객이 아는 음악으로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흥행이 쉽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2000년대 들어 급속하게 확산됐다. 1999년 스웨덴 혼성그룹 아바(ABBA)의 음악으로 만든 뮤지컬 ‘맘마미아!’가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한 후부터다. ‘맘마미아’는 영국 런던에서 초연돼 지금까지 전 세계 440개 도시에서 60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맘마미아’의 흥행 이후 영미권에서는 수많은 가수들의 노래가 주크박스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퀸, 보이 조지, 빌리 조엘, 클리프 리차드 등 한 시절을 풍미했던 가수들의 노래로 만들어진 작품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4년 ‘맘마미아’의 국내 초연이 큰 인기를 끌자 창작뮤지컬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크박스 뮤지컬이 떠올랐다. 그해에만 7080 가요로 만든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8090 가요로 만든 ‘달고나’가 나왔다.
이후에도 밴드 자우림의 노래로 구성된 ‘매직 카펫 라이드’(2005), 배금택 만화 ‘영심이’를 원작으로 8090 가요로 만든 ‘젊음의 행진’(2007), 작곡가 고(故) 이영훈의 곡으로 ‘광화문 연가’, DJ DOC의 곡으로 완성된 ‘스트릿 라이프’(이상 2011) 등이 막을 올렸다. 김광석의 노래로 이뤄진 작품은 3편이나 제작됐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2012)과 ‘디셈버’ ‘바람이 불어오는 곳’(2013) 등은 같은 노래지만 다른 이야기로 전개됐다.
하지만 주크박스 뮤지컬이 ‘맘마미아’처럼 모두 성공하는 것이다. 영미권에서도 노래에 억지로 맞춘 허술한 스토리 때문에 비판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맘마미아’와 다른 방식으로 만든 작품이 일정 부분 성공을 거뒀다. 빌리 조엘의 노래를 댄스 뮤지컬로 만든 ‘무빙 아웃’, 밴드 포 시즌스의 결성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저지 보이스’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도 원곡의 인기에 비해 큰 성공을 거뒀다고 보기는 어렵다. ‘디셈버’는 김준수의 출연으로 흥행은 성공했을지 몰라도 작품성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그날들’은 흥미 있는 스토리를 만들었지만 김광석 노래의 감동까지 살리진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서태지 노래로 만든 뮤지컬 ‘페스트’가 한국 주크박스 뮤지컬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올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 작품은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1913∼1960)의 ‘페스트’가 원작이다. 제작사 스포트라이트의 송경옥 이사는 “서태지의 노래와 맞는 대본을 찾기까지 4년 넘게 걸렸다. 서태지의 노래들을 관통하는 ‘저항과 연대’의 정신을 담는 대본으로 ‘페스트’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서태지 본인 역시 대본에 만족스러워했고, 음악 작업에도 깊숙이 관여했다”고 밝혔다.
뮤지컬 칼럼니스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한국 주크박스 뮤지컬의 경우 그동안 원곡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면서도 완성도 높은 대본이 늘 아쉬웠다. 또한 무대 공연으로서의 재미도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페스트’ 성공여부는 서태지 노래를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얼마나 무대적으로 승화시켰는지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우리 그 얘기 좀 해요-문화계 팩트체크] 서태지 음악으로 만든 뮤지컬 성공할까
입력 2016-06-19 19:49 수정 2016-06-19 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