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책 전문 출판사 미메시스는 건축으로도 유명하다. 경기도 파주시 출판도시 내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안팎의 흰색 벽면이 인상적인 건축물로 이 동네에 즐비한 출판사 건물들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인다. 포르투갈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작품이다.
미메시스가 출판도시 인근 아울렛 옆에 신사옥을 마련하면서 또 하나의 멋진 공간을 선보였다. ‘어린이를 위한 스케일(scale for children)’을 적용한 ‘M314’가 그것이다. 미메시스 신사옥 주소지인 ‘문발로 314’를 딴 M314는 이달 초 오픈했다.
신사옥 1층에 자리 잡은 M314 문을 열고 들어가면 길쭉하면서 천장이 높은 공간이 펼쳐진다. 전체 60여평 공간의 3분의 2쯤은 카페로 꾸며져 있다. 탁자와 의자들을 곳곳에 보기 좋게 배치했고, 안쪽 끝으로 주문대와 조리공간을 설치했다. 나머지 3분의 1의 공간은 두 층으로 나누어 나무 계단으로 연결했다. 아래층에는 어린이용 책과 놀이기구 등을 진열했고, 위층에는 모임을 할 수 있는 긴 테이블과 의자들을 놓았다.
얼핏 봐서는 보통의 카페와 별로 다를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지만 조금만 자세히 본다면 차이가 드러난다. 아이들 스케일에 맞춘 디자인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건 의자들이다. 미하엘 토넷의 ‘톤 체어(Ton Chair)’, 알바 알토의 ‘체어 65(Chair 65)’, 아르네 야콥센의 ‘시리즈 7(Series 7)’, 베르너 판톤의 ‘판톤 체어(Panton Chair)’ 등 의자디자인의 역사에 나오는 의자들이 어른용과 아이용으로 각각 구비됐다. 이렇게 유명한 아이의자들을 한꺼번에 만나보기란 쉽지 않다. 테이블 역시 어른용을 고스란히 축소해 아이들 스케일로 따로 제작했다.
테이블과 의자는 물론 벽이며 기둥, 계단, 어디든 아이들이 부딪쳐도 다치지 않도록 둥글고 부드럽게 디자인했다. 화장실은 남녀가 아니라 어른과 아이로 구분해 아이용 변기와 세면대를 설치했다. 카페 내 식물들조차도 크기를 각기 다르게 해 아이들 눈높이에 닿게 했다.
홍유진 미메시스 대표는 “M314는 미메시스가 선보이는 엄마와 아이를 위한 공간”이라며 “이 공간의 모든 디자인 요소는 크고 작음, 높고 낮음의 스케일을 보여 주도록 디자인됐다”고 설명했다.
M314는 단순한 카페 공간이 아니다. 먹고, 쇼핑하고, 읽고, 배우고, 즐길 수 있는 복합공간을 지향한다. 다음 달부터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 들을 수 있는 체험형 수업들이 진행된다. 유리 그릇 속에 식물을 키우는 테라리움 만들기, 드라이플라워를 이용한 위빙(직조), 꽃꽂이 등의 클래스가 준비돼 있다. 또 스페인의 신규 아동복 브랜드 ‘타오(The Animals Observatory)’와 총판 계약을 맺고 8월부터 카페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네 살짜리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홍 대표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이들의 스케일에서 맞춰 모든 요소가 디자인되고, 엄마와 아이가 함께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공간은 없는 것 같다”면서 “그렇다면 우리가 한 번 해보자고 해서 M314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아이를 위한 디자인이란 이런 것
입력 2016-06-19 17:59 수정 2016-06-27 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