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여·야·정, ‘맞춤 보육’ 후퇴… ‘예산’은 나몰라라

입력 2016-06-18 04:01
맞춤형 보육 실시를 불과 2주 앞두고 어린이집 지원을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어린이집 원장들의 압력에 정치권이 뒤늦게 제도 보완을 요구해서다. 보건복지부는 마지못해 수용하겠다는 태도를 밝혔으나 추가로 얼마나 돈이 더 들어갈지는 잘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국회에서도 예산 관련 대안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어린이집 원장들의 집단행동에 세금을 더 써야 하는 상황이 됐지만 책임지는 주체는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복지부는 맞춤형 보육 제도를 재검토하기로 여야와 합의했다고 17일 밝혔다. 맞춤반 보육료 가운데 ‘기본보육료’를 종전 지원 금액으로 보장하고 종일반 기준에서 ‘3자녀 이상’을 ‘2자녀 이상’으로 완화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기본보육료 유지와 종일반 기준 완화 모두 어린이집 원장들이 요구해온 사항이다. 정부로서는 지난해 짜놓은 올해 예산안에 추가로 돈을 들여야 실현할 수 있다. 애초 복지부는 맞춤형 보육을 실시하면서 0세반 영아 1명을 기준으로 종일반(하루 12시간)은 82만5000원, 맞춤반(하루 6시간)은 66만원을 지원할 계획이었다. 맞춤반 보육료 66만원 가운데 어린이집 운영과 교사 인건비 등에 쓰라고 주는 기본보육료는 31만6000원이다. 이를 지난해 기준인 37만2000원으로 다시 올리면 1인당 5만6000원을 더 줘야 한다.

종일반 기준을 3자녀 이상 가구에서 2가구 이상 가구로 완화하는 것도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 복지부는 종일반과 맞춤반 비율을 8대 2로 예상하고 예산을 짰다.

복지부는 돈이 얼마나 더 필요한지 계산해보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24일까지 종일반 신청을 받아보고 기본보육료를 종전대로 지급할지 등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추가될 예산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맞춤형 보육은 지난해부터 예고됐고 국회는 연말 예산안 논의 과정에서 정부안을 통과시켰다. 올 들어서도 6개월 가까이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던 여야가 시행 직전에야 정책에 개입한 것은 각 지역 어린이집 단체의 압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어린이집 원장들의 집단휴원 위협이 국회를 통해 효력을 나타내고 있는 모양새다. 관련 전문가들은 “결국 국민 세금이 더 들어가는 일인데 정치권이 너무 무책임하다”고 말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복지부가 국민의 이해를 충분히 구하지 않고 서둘러 추진해 빚어진 일이라는 시각도 있다. 복지부는 관련 공청회를 열지 않았고 시범사업 결과도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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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