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는 자타공인 프로야구 최고 인기 구단이다. 충성도 높고 열성적인 팬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인기와 반대로 성적은 바닥을 기었다. 돌아가면서 꼴찌를 했다. 이에 다른 팀 팬들은 이들 팀을 ‘엘롯기 동맹’으로 부르며 비웃기 시작했다. 프로야구 원년 이후 34년 동안 이 세 팀이 함께 가을야구에 진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최근에는 이런 엘롯기 동맹이 해체되는 듯 했다. 2008년 롯데가 가을야구에 진출했고, 이듬해 KIA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으로 LG가 2013년 무려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나란히 가을야구를 밟지 못해 ‘엘롯기 동맹’이 재결성됐다.
올해 세 팀은 이를 악물고 상위권 진출을 위해 몸부림쳤다. 다행이 시즌 초반에는 나름 선전했다. 모두 5할 언저리에 머물며 중상위권에 포진됐다.
하지만 여름이 되자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최근 5경기에서 똑같이 1승 4패다. 순위도 LG가 5위, 롯데가 7위, KIA가 9위다. LG가 5위지만 꼴찌 한화 이글스와의 승차는 불과 3.5게임에 불과하다.
이들 세 팀은 최근 어이없이 무너진다. 14일은 그야말로 최악의 하루였다. 세 팀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크게 앞서고 있다가 경기 막판 대역전패라는 참사를 빚었다. LG는 NC 다이노스전에서 마지막 수비였던 9회초에 무려 8점을 내주며 7대 10으로 패했다. 롯데는 넥센 히어로즈를 맞아 8회말 대거 8점을 내주며 6대 9로 무너졌다. KIA는 두산 베어스에게 9회초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놓고 백투백 홈런을 얻어맞고 6대 8로 졌다. 이런 상황이 비슷한 시간에 동시에 벌어져 일부 야구팬들 사이에선 ‘14일은 엘롯기 참사의 날’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참사의 원인도 똑같다. 부실한 불펜 때문이다. LG는 이동현과 진해수가 미덥지 못하다. 롯데는 새로 가세한 노경은이 부진하다. KIA는 홍건희, 박준표 등 신진 투수들의 기량이 올라오고 있지 않고 있다.
얄궂게도 이런 동반 하락의 시기에 세 팀의 맞대결이 시작됐다. 굳건한 ‘엘롯기 동맹’이 서로 적이 돼 상대를 밟아야 자신이 올라가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17일부터 LG와 KIA가 3연전을 시작했다. 이날 경기에선 KIA가 LG를 6대 3으로 꺾고 5연패에서 탈출했다. 21일부터는 롯데와 KIA가 맞붙는다.
한편 NC는 kt를 11대 1로 물리치고 파죽의 13연승을 내달렸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슬픈 ‘엘롯기’ 허당 본색? 인기는 A+, 성적은 F
입력 2016-06-17 18:38 수정 2016-06-17 2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