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LG이노텍 생산직 성과제 도입 바탕은 노사 신뢰

입력 2016-06-17 18:52
스마트폰 부품 등을 만드는 LG이노텍이 생산직 사원 전체를 대상으로 호봉제를 전면 폐지하고 사무·기술직에만 적용돼온 성과급제를 도입한 것은 주목할 만한 소식이다. LG이노텍은 16일 이런 내용의 성과·역량기반 인사제도를 발표했다. 제도가 시행되면 성과우수자는 연봉의 최대 30%까지 임금을 더 받을 수 있다. 업무능력에 따라 조기 진급하는 발탁진급제도 신설했다. 노동조합이 있는 국내 대기업에서 100% 성과주의 인사체계를 도입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성과급제 도입에 있어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은 노사 자율로 합의를 이끌어낸 부분이다. 연공 중심 호봉제로는 급변하는 제조 환경과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노사 모두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즉 제품 라이프사이클이 급격히 단축된 상황에서 생산라인에도 성과주의를 도입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노사는 2년여간 토론, 세미나 등을 통해 입장차를 좁혀 세부 기준까지 최종 합의했다. 노조가 우려한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생산현장 팀장과 임원이 참여하는 공정평가위원회를 두기로 한 것도 돋보이는 대목이다.

LG이노텍의 혁신적 인사실험은 경영계와 노동계에 작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이번 실험이 동기 부여와 역량 제고 및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우리 사회의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여타 대기업 등 산업계 전반으로 성과 시스템이 확산되는 주춧돌이 될 수 있다. 아울러 노조 동의 없이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강행한 정부나 이를 무턱대고 반대한 노동계는 LG이노텍 노사의 끈질긴 대화와 소통, 설득과 양보의 정신을 배워야 한다. 노사의 신뢰가 밑바탕이 되지 않고는 기업 현장에서 그 어떤 변화도 이끌어낼 수 없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