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보이’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는 거구답게 발이 무척 느리다. 이 때문에 장타를 치더라도 단타(1루타) 밖에 안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11년 동안 홈런을 225개 쳤지만 2루타는 204개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그의 통산 도루는 9개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느림보 선수다. 이 느린 발 때문에 시애틀이 그를 영입할 때 주저했을 정도였다.
결국 이대호가 메이저리그에서 2루타를 때려냈다. 이대호는 1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의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원정경기에 1루수 겸 5번 타자로 선발출전해 3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 1볼넷을 기록했다.
이대호는 최근 2경기에서 삼진을 6개나 당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선 날카로운 타격감과 선구안을 보여줬다. 이대호는 1회초 2사 1, 2루에서 탬파베이 선발 블레이크 스넬의 시속 95마일(153㎞)짜리 높은 직구를 받아쳐 1타점 중전안타를 만들었다. 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는 10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냈다. 다만 후속타선 불발로 득점을 올리는 데는 실패했다.
이대호는 팀이 3-2로 앞선 4회초 2사 만루에서 바뀐 투수 라이언 가튼의 92마일짜리 바깥쪽 높은 컷패스트볼을 밀어쳐 2타점 2루타를 만들어냈다. 공은 우익선상에서 펜스까지 굴러갔다. 이대호는 전력을 다해 뛰어 빅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2루타를 터뜨렸다. 간발의 차로 앞서 있던 팀에게 2타점을 선사하는 영양가 만점의 안타였다. 이대호는 6회초 네 번째 타석에서 3구 삼진을 당한 뒤 9회초 타석에서 애덤 린드로 교체됐다. 시즌 11번째 멀티히트(안타 2개 이상)를 작성한 이대호의 시즌 타율은 0.298로 높아졌다. 시즌 27타점, 17득점이다.
이대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지난 2경기 동안 삼진을 6개나 당했다. 그래서 스윙을 할 때 너무 힘을 주거나 너무 급하게 하지 않으려 했다”며 “그저 편히 볼을 치겠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시애틀은 결승타와 2타점 2루타를 날린 이대호의 활약을 앞세워 6대 4로 승리하며 4연패에서 탈출했다. MLB닷컴은 “시애틀 승리 뒤에는 이대호와 선발투수인 제임스 팩스턴이 있었다”며 “34세의 한국인 루키인 이대호는 계속해서 파트타임 역할을 하면서도 114타수에서 타율 0.298 10홈런 27타점을 기록했다”고 그를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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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소걸음’ 이대호 데뷔 첫 2루타… 3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 맹위
입력 2016-06-17 1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