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 여부를 결정할 국민투표를 1주일 앞두고 브렉시트에 반대해온 노동당 소속 조 콕스 하원의원이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영국 내 찬반 진영은 과열로 치닫던 캠페인을 즉각 중단키로 했지만, 그 파장과 세계적 관심은 커져만 가고 있다. 피살 사건을 계기로 당장은 탈퇴 반대 여론이 커진 듯하고, 국제 금융시장도 브렉시트 우려를 떨치고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투표일까지의 영향이 어느 쪽일지는 알 수 없다.
최근까지 탈퇴 찬성 여론이 반대를 대체로 앞서고 있었다. 여론조사 업체 입소스 모리가 11∼13일 12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브렉시트 찬성이 53%, 반대가 47%로 나왔다. 브렉시트 찬성 우위를 보인 다른 조사 결과 대부분과 일치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이 우선(Britain First)”을 외친 범인에 의한 총살 사건까지 발생한 것이다. 양 진영이 캠페인을 중단한 것은 적절하다. 내친 김에 일각에서 제기되는 찬반투표 연기 주장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이는 EU나 유로존 해체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세계적 보호무역과 고립주의 확산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유럽에서 분열과 고립주의는 언제나 세계대전 같은 큰 비용을 치르게 만들었다. 섬나라 영국은 EU 출범 후에도 대륙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영예로운 고립’ 노선을 걸어왔지만 현재 세력 균형의 조정자로서의 영예는 간 곳 없다. 영국이 겪고 있는 사회문제들은 EU의 탓이 결코 아니다. 브렉시트는 EU는 물론 영국을 위해서도 장래의 대안이 될 수 없다.
대외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내 경제로서는 브렉시트 현실화가 치명적 타격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하반기 중 미국의 금리 인상까지 예고돼 있다. 정부와 기업은 브렉시트 후폭풍이 어느 정도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충분히 예측하고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사설] 의원 피살까지 부른 브렉시트, 후폭풍 대비해야
입력 2016-06-17 1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