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얻어맞았는지 얼굴이 만신창이가 됐네.” “사업 실패로 만신창이가 됐는데, 병까지 얻다니….”
만신창이(滿身瘡痍)는 온몸이 성한 데 없이 여기저기 다친 상태, 어떤 충격이나 실패 등으로 마음이 상해 의욕을 다 잃은 상태, 어떤 일이 엉망이 됨을 이르는 말입니다.
한의학에서 온몸(滿身)에 퍼진 부스럼(종기·瘡)을 이르는 말인 ‘만신창’에 ‘다치다’란 뜻의 痍가 붙어 이런 의미로 쓰입니다. 온몸이 종기가 퍼져 있고 상처투성이, 즉 엉망진창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瘡은 오래 누워 있는 환자의 피부가 눌려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 되는 바람에 짓무르는 욕창(褥瘡), 연고 따위를 상처 등에 붙이기 위해 끈적거리는 것을 발라 만든 헝겊인 반창고(絆瘡膏) 등에 쓰입니다. 전쟁이나 작전 중 부상한 군인, 공무 중에 다친 경찰관들을 상이군경(傷痍軍警)이라고 하지요. 傷痍는 다쳤다는 뜻입니다.
조선의 임금 중에 종기로 고생한 이가 많았다고 합니다. 백성들은 오죽했을까요. 22대 정조 이산은 쉰을 못 넘기고 급서(急逝·갑자기 서거함)했지요. 지금은 병도 아닌 종기가 그땐 속수무책이었던 겁니다.
잘나가던 한 대기업이 요즘 지탄(指彈·손가락질)을 받고 있는데, 몸이 깨끗하지 않으면 부스럼이 생기는 데 그칠 수 있지만 정신이 더러우면 만사 만신창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문팀장 suhws@kmib.co.kr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온몸에 종기·상처투성이 ‘만신창이’
입력 2016-06-17 17:58 수정 2016-06-17 2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