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한다. 100% 부담하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안보 무임승차 국가로 간주한 것이다. 지구 표면의 3분의 1인 미국의 보물창고 태평양의 전초를 담당하는 우리에게 무임승차라니 생각해볼 일이다.
태평양전쟁에서 이긴 더글러스 맥아더는 “이제야 태평양은 앵글로색슨의 호수가 되었다. 미국 방어선은 본토 연안이 아니라 태평양 너머 아시아 대륙과 접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이 옛 소련과 손을 잡고 수백 척의 함정을 대여하면서 일본 상륙에 연합했으나 원폭을 먼저 사용함으로써 일본에 소련 개입을 차단했다. 러일전쟁 패전 후 이오시프 스탈린은 홋카이도 분할을 해리 트루먼에게 요구했다. 트루먼은 한술 더 떠 미군 비행장으로 쓸 만한 북방의 섬을 내놓으라며 거절한다. 이러한 양국 거래의 악순환 속에서 스탈린의 관심은 ‘한반도를 장악하여 일본의 뒤통수를 쳐 태평양을 뚫어가려는 계획’이었다. 한반도를 무력으로 장악하고, 간접 전략으로 일본에서 좌익 정부가 수립되면 태평양 분할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당시 작전문서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만약 소련이 공격하면 한국에 남아 있는 미군이나 미국인을 일본으로 철수(withdraw)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지탱하다 상황에 따라 버리고(hold), 오키나와는 절대 고수(secure), 홋카이도는 제외(less), 서태평양은 통제(control)한다’고 계획했다. 용어를 구분하면 오키나와는 미국 영토와 같은 대우였고, 일본 자체는 주전장을 의미한다.
극동 방위선 밖에서 일어난 6·25전쟁에 미국은 자국의 전쟁처럼 신속하게 유엔군을 지원했고, 이를 십자군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리처드 닉슨의 연설(1970년 9월 16일)이 미국의 본심이었다. 6·25전쟁 당시 관료였던 닉슨은 “미군 투입은 일본의 공산화 방지였다”고 트루먼의 결심을 대변한다. 냉정하게 살펴보면 미군 투입은 정의의 십자군이라는 종교적 용어에 앞서 철저하게 계산된 국가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 6·25전쟁 직전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을 향해 지적한 말은 전략적으로 새길 만하다. “주한미군은 철수하더라도 주일미군은 그대로 주둔해야 한다”고 일본의 공산화를 걱정한다. 일본이 공산화되면 한국은 앞뒤로 공산 진영에 둘러싸인다. 그러면 일본의 요시다 시게루는 어떤 개념을 갖고 있었을까. 그는 성명에서 “유엔군(미군)이 한국전장에서 싸우는 것은 일본을 지키는 것이다. 우리(일본)는 유엔군에 가능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6·25전쟁에서 냉전기간까지 한·미·일 3국은 공산세력 팽창 방지라는 공동 위협에 뜻을 같이했다. 미국으로서는 대륙세력의 태평양 진출을 봉쇄했고 특히 한국은 태평양의 전초기지 역할을 해왔다.
최근 국제관계는 정치·경제·안보 등이 착종하는 가운데 협력과 경쟁이 상존한다. 자칫 왜곡된 정보가 국제관계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 원래 해양국가들은 본토 결전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뻗어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마치 일본제국이 본토(생명선)를 방어하기 위해 주변국(이익선)에 전개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미국의 전방 배치는 한국 등 접수국의 가치가 공유됨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종판 (한양대 연구위원·아태지역연구센터)
[기고-이종판] 트럼프의 무임승차론 유감
입력 2016-06-17 1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