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사회가 오는 23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앞두고 국론 분열이 극심해지고 있다. 특히 투표를 1주일 앞둔 15일 찬반 세력 사이에 해전을 방불케 하는 ‘템스강 대첩’이 벌어져 양쪽이 얼마나 반목하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현지 일간 가디언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30분쯤 런던의 아이콘 템스강은 찬반 홍보전의 무대가 됐다. ‘함대’를 이끌고 먼저 강에 나타난 쪽은 탈퇴파였다. 극우파인 영국독립당(UKIP)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가 어부단체들과 함께 어선 30척을 이끌고 웨스트민스터 사원 근처 템스강에 나타났다. 이들은 EU 소속 외국 어선이 영국 해역에 몰려와 고기잡이를 하는 바람에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다면서 EU 탈퇴를 선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사이 록 가수이자 사회운동가인 밥 겔도프를 비롯한 잔류파들은 관광용 크루즈선과 고무보트를 타고 어선을 에워쌌다. 겔도프는 마이크를 잡고 “유럽에서 영국의 어획 쿼터가 가장 많은 걸 모르느냐. 이 사기꾼 같은 나이절 패라지야”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자 탈퇴파는 해전에서 대포를 쏘아대듯 호스로 잔류파에 물을 쏘아댔다. 물에 흠뻑 젖은 잔류파는 물러서지 않고 비밀병기인 거대한 스피커를 꺼내 ‘독설 대포’로 맞받았다. 양쪽 지휘선이 맞붙는 사이 주변에서는 수십 척의 작은 어선과 보트가 근접해 설전을 주고받거나 각각 찬반 문구를 담은 현수막과 깃발을 휘날리며 대치했다.
찬반 대치는 언론계로도 확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은 반드시 잔류를 택해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잔류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FT는 “영국이 EU에 건설적으로 개입해야 경제가 안정되고 이슬람 극단주의와 이민 문제, 러시아의 확장정책, 기후변화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선은 전날 1면에 ‘영국을 믿으라’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EU를 떠나도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고 영국이 오히려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질 수 있다”면서 탈퇴를 독려했다.
영국인이 가장 많이 보는 방송 BBC 역시 찬반 세력의 이전투구 무대로 활용되고 있다. 잔류파인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BBC에 특별 출연해 “EU 탈퇴가 결정되면 매년 300억 파운드(약 50조원)의 재정적자를 막기 위해 공공지출을 줄이고 소득세와 상속세를 올리는 비상예산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19일 BBC 특별방송에 출연해 EU 잔류를 설득하기로 했다.
그러자 탈퇴파의 핵심 인물인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은 BBC의 시사 프로에 출연해 “오스본을 비롯한 잔류파의 경제 위기론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16일에는 브렉시트 반대파인 조 콕스(41) 하원의원이 한 남성의 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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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잔류냐 탈퇴냐… 템스강의 찬-반 혈투
입력 2016-06-17 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