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의 눈물… ‘리우 꿈’ 멈추다

입력 2016-06-17 04:01
수영선수 박태환의 아버지 박인호씨가 16일 법무법인 광장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박태환(27)의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엔 변함이 없다.”(대한체육회)

“이제 남은 것은 법률적인 판단뿐이다.”(박태환 측)

대한체육회와 박태환 측 간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이제 ‘박태환 사태’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로 넘어가게 됐다. 2014년 박태환의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장기 복용 사실이 드러나며 촉발됐던 사태는 선수의 고의적 약물복용 논란, 검찰 수사, 처방 의사 처벌, 선수자격 정지 등을 거치며 종국에 이르는 형국이다.

체육회는 1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제3차 이사회를 열어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논의했다. 사안이 워낙 민감해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국가대표 선발 규정 개정은 없다’는 결론이 났다.

박태환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채취한 소변 샘플에서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됐다. 이 때문에 세계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간 선수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징계는 지난 3월 2일 만료됐다. 그러나 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발목을 잡혔다. 규정 제5조 6항은 ‘체육회 및 경기 단체에서 금지약물 복용 행위로 징계를 받고 징계 만료 후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박태환 측은 즉각 “체육회의 추가 징계는 이중 처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4월 26일 CAS에 중재 신청을 했다가 이틀 뒤 중단을 요청했다. 체육회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박태환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광장 소속 임성우 변호사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CAS 중재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겠다”며 “오늘 날짜로 (이사회의) 결정이 났으니 이제는 미룰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 3일 호주 전지훈련을 떠난 박태환은 자리에 나서지 못했다.

리우올림픽 최종 엔트리 마감일은 7월 18일인데, 박태환 측은 7월 8일 이전에 CAS가 판결을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AS는 박태환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 2011년 10월 CAS가 미국올림픽위원회와 국제올림픽위원회 간 분쟁에서 도핑으로 6개월 이상 자격정지를 받은 선수는 정지기간 만료 후 다음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이중 처벌이므로 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CAS가 체육회에 규정 개정을 권고하더라도 개정할 시간이 촉박하다. 또 체육회는 여전히 ‘CAS 판결을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박태환을 제2의 안현수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마린보이가 리우에서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도록 결정을 재고해 달라”고 말했다. 리우올림픽에서 명예회복을 노리는 박태환은 CAS의 판결과 체육회의 전향적인 대응에 한 가닥 희망을 걸 수밖에 없게 됐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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